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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10. 2021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다시백 콜드브루 커피

침출식 커피라구요?

 어제 오랜만에 커피를 한바탕 볶았다. 친한 형에게 소포로 보내려고 포장을 하니, 생각보다는 좀 적다. 지난번에 드린 원두를 형수님께서 혼자 거의 다 드셨다는데, 한 사람 먹기엔 500g만 보내면 충분하지만 그것을 택배상자에 담기엔 좀 아쉽다. 그럼 양을 늘리면 되겠지. 아침에 출근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콜드부르 커피를 컵에 따라내고 한번 싹 씻어냈다. 그리고 오전 수업을 모두 마치고, 다음주에 콩과 보낼 콜드부르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준비물은 참으로 간단하다. 일단 커피콩. 4/8일자 콰테말라 원두인데 지난주에 콜드부르를 만들어봤을 때 맛이 좋았다. 그대로 쓰기로 했다. 지난달에 1kg들이를 받아서 부지런히 먹고 있는데 이 콩이 떨어져간다. 그래서 어제부터 다시 로스팅을 시작하기도 했다. 둘째는 다시백. 크면 클수록 좋지. 다시백에 담지 않고 분쇄한 원두 그대로 우린 뒤에 필터로 따라서 용기에 담는 방식도 있다고 하는데, 비교를 해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겟다. 편의성에서 이쪽이 훨씬 낫다는 것은 확실. 그리고 마지막, 침출시킬 충분히 큰 통. 몇차례 다시백으로 콜드부르를 우리고 나서 심혈을 기울여 고른 통이다. 마트에서 이녀석을 건졌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그래서 그라인더로 일단 콩을 갈고 다시백에 넣는다. 너무 미세하게 갈면 당연히 다시백을 뚫고 솔솔 커피가루가 가라앉을 수 있으니 드립커피보다 아주 살짝 거칠게 갈고 있다. 통 사이즈를 고려해서 100g 내외로 콩을 가는데 이쯤해서 실제로 열잔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콩의 분량이나 방식으로 틀린 것은 아니겠다 싶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쉬우면서 대단히 맛이 있다. 사먹는 콜드부르와 비교가 안될만큼. 이번에 과테말라 원두로 우린 커피를 48시간여만에 조금 맛을 봤을 때 그 상큼한 체리맛이라니.

 다시백을 잘 봉하고, 다시 한번 다시백으로 감싸 2중 커피를 담은 뒤에는, 그대로 끝이다. 통에 담고, 찬물을 가득 담아, 냉장고로 향한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정도 위 아래를 뒤집어주면 3,4일 뒤에 최상의 맛을 낸다. 커피향이 진하게 난다 싶을 때 다시백을 빼고 나머지 커피를 그대로 숙성해서 마시면 된다. 내가 사용하는 용기는 파스타면을 구분하기 위해 탈착식 칸막이가 가운데에 있다. 나는 그것을 다시백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누르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커피가 속에까지 잘 우려질 수 있게 위 아래로 흔들어줄 때도 그렇고, 아래에 푹 잠겨있게 해준다. 저렇게 잡아주는 것이 없을 땐 위로 동동 떠올라서 애를 먹었다. 어떻게 저렇게 맞춤한 게 학교 앞에 그리 크지도 않은 마트에 있었는지. 


 첫날 둘째날까진 열심히 흔들어주고, 3일쯤부터는 조금씩 내어서 마셔도 신선하고 새롭다. 과일향이 먼저 배어나오고 커피향은 나중에 배어나와, 신선한 콜드부르는 은은한 체리향이 그대로다. 매일마다 변해가는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즐겁다. 다음주에, 형과 형수님이 맛있게 드시길 바라며 잘 포장해서 보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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