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들에게 참 좋은데 뭐라고 말할 방뻡이 없네
영화는 아주 굉~장히 야한 섹스 신으로 시작된다. 부부가 화끈한 대화를 나누더니 적나라한 삽입신을 보여주는데 잠깐만, 뒤에 스텔라, 그들의 갓난아기가 있다. 아이가 잠시 뒤를 돌아보도록 보행기를 돌려놓고 다시 "일"에 집중하는데 아차...예쁜 아기가 엄마 아빠를 계속 본다. 얼마만에 불붙은 것일까 이 부부는. 아내 켈리(로즈 번)은 아이를 안고, 남편 맥(세스 로건)과 아쉬움을 토해내며 신혼의 의지를 다진다.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 <인시디어스>와 <스파이> 등에서 넓은 연기폭을 보여준 배우 로즈 번과 캐나다 출신 각본가이며 배우인 세스로건, 그리고 <위대한 쇼맨>의 필립 칼라일 역으로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보인 잭 애프론, 그리고 <나우 유 씨 미> 등으로 얼굴을 알린, 독특한 캐릭더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조역을 주로 맡고 있는 데이브 프랭코 등 반가운 배우가 두루 출연한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식 성인 코메디 영화다. 갓난 아기와 살고 있는 신혼 부부의 새 집 바로 옆에 대학생들의 클럽하우스(영화의 배경이 되는 클럽하우스에 대해선 구글링을 해보시면 재밌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가 생기면서 그들과 충돌하게 되고, 급기야는 서로를 내쫓기 위해 각종 음모를 동원한다는 상당히 심플한 스토리.
그런데 섹스신과 화장실유머로 넘치는 이 자극적인 코미디 영화가 꽤 예쁘장한 것이, 신혼부부의 고민을 제법 공들여 묘사한다. 켈리와 맥은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신혼부부지만 딸이 태어나면서 폭풍의 6개월을 지나왔다. 이제 조금 적응이 된 참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삶이 너무나 달라져있다. 부부간의 스킨십도 아기 눈을 피해야 하고, 파티와 외출은 언감생심 .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빼앗긴, 혹은 포기한 젊은 시절의 낭만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참이지만 용기내어 도전한 첫 아기 동반 외출은 장렬하게 실패하고 만다.
이처럼 주인공인 맥과 켈리 부부의 캐릭터 설정과 묘사가 탄탄히 잡혀있으니, 반대편에 위치한 야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 힘이 끝까지 유지된다. 신혼부부와 육아를 이용한 장면들이 끝까지 잘 활용되며, 극 중의 여러 갈등과도 긴밀히 엮여있고, 그러한 주제의식은 상대역인 대학생 클럽과 켈리&맥 부부의 친구인 이혼부부로까지 확장된다. "하나의 행복을 위해 포기해야하는 다른 가치"라는 주제 아래 모든 캐릭터가 묶여있고,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며, 스토리가 매끈하게 흘러간다.
좋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육아 문화, 대학생 클럽 문화를 모르고 극장에 들어갔다면 당황하고 나올 수 있겠지만 이미 개봉한지도 한참 지난 영화라 리뷰 몇편과 구글링을 거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미친 유머와 함께 꽤나 진지한 인생 코칭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극의 주인공이 명확히 맥과 켈리 부부이기 때문에 타겟하는 연령대가 다소 높다. 영화의 대표 장면이기도 한 "배트맨 성대모사"는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를 알아야 웃기고, 영화 후반부의 액션 장면도 온통 클래시컬한 구성인데 그 유머의 출처를 알면 정말 웃기고, 모르면 그저 더러운 장면이다. 실리콘 딜도로 쌍절봉을 돌리는 장면을 보고 1020세대 그 누가 웃겠는가.
대신에 유머코드를 어느정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에겐 이만한 코미디영화도 없다. 다음영화에서의 관객평도 딱 호불호가 극과극으로 나뉘는 편인데, 호평하는 입장에서는 초반부의 캐릭터 빌드업이 끝난 15분 이후부터는 폭주기관차처럼 쉴 새 없이 터지는 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 캐릭터도 훌륭하고, 각본도 훌륭하고, 연출도 훌륭하다. 특히 로즈 번의 코미디 연기가 정말 매력 넘치고,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다.
그래도 영화가 성공했고 평가가 꽤 좋아서 속편까지 나왔는데 아무래도 감독의 역량은 딱 1편까지였나보다. 클로이 모레츠가 메인 빌런으로 출연한 2편은 전작과 아무런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쓸데없이 진지하고 무거워지다가 평가도 성적도 추락했다. 그 이후로 감독은 메가폰을 잡지 못하고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어 이거 이 마크 요즘 안쓰잖아)
신혼부부들에게 많이 추천했는데 내 취향이 이상한 것인지 단돈 2천원이면 거실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도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요즘 세상에. 공부하면서 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