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21)
원래부터 바깥양반은 TV를 많이 보는 편이긴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보통 7시를 좀 넘겨 일어나 출근준비를 했으므로(우린 둘 다 직장이 꽤 가깝다.) 11시반이면 함께 안방에 들어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임신이 중기를 넘기면서 수면패턴이 불규칙해지고 스트레스도 덩달아 쌓이더니, 수면리듬이 어지간히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9시쯤까지 누워서 잠을 청하신다.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며 새벽에 화장실을 자주 가기에 수면이 부족하니, 퇴근하자마자 모자란 잠을 보충. 그런 다음엔 TV를 보기 시작하는데 9시부터는 워낙 재미있는 예능이 많이 한다. 그리고 왜 육아예능 관찰예능은 또 밤 늦게까지 하는지, 바깥양반이 좋아할만한 프로그램들이 자정을 훌쩍 넘긴다.
예전엔 골목식당을 한창 애청할 때도 둘 다 12시 넘기면 비몽사몽간에 겨우 끝까지 보다가 잠들어 뻗어버렸는데 9시까지 잠을 보충하고 나오신 바깥양반, 12시는 우습다.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가 자는 것도 당연히 굉장히 싫어한다. 나는 저녁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대학원 수업도 듣고 보고서도 듣고 이리저리 바쁘게 저녁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당연히 그쯤이면 버티지 못하고 잠에 곯아 떨어지기 마련. 그래서 요즘은 이런 식이다. 거실에서 반강제로 버티다가 어찌 곯아떨어지고, 그러다가 침실로 겨우 함께 돌아온다.
물론 침실로 들어오기 전, 들어와서까지 최후의 최후까지 바깥양반의 수발을 들어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