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의 흥행이 남긴 선한 영향력
영화의 단점이 몇가지 있는데, 우선 음악이 좋지 못하다. 클라이막스 씬의 음악도 상당히 감상을 깨고, 스탭롤의 음악도 여운을 깬다. 유머 비중이 높지 않고 시종 진중하되, 다만 무겁지는 않은 영화에 맞는 배경음악을 고민을 했으면 어떨까 싶다. 또 다른 단점은 실화를 배경으로 창작한 영화이며 검찰, 모피아를 묘사하는 영화인데 정진영 감독의 특성 탓에 몇몇 장면에서 현실과의 거리두기가 잘 안된다. <국가부도의 날>이 보여준 단점이기도 하지만, 정치권력이 결부된 현실의 사건은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폭 넓은 관객이 사건의 정황을 받아들이며 충분히 몰입하고 즐길 수 있으면 되는데...<블랙머니>에서도 현실의 론스타 먹튀 사건의 정황을 영화에서 가공한 부분이 상당하고, 그래서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인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S의 파업 투쟁과 김재철 사장에 대한 노골적인 패러디 연출로 작품의 권위가 일부 감소한다.
이 두가지 정도 말고는, 상당히 훌륭한 영화다.
음악과 반대로 시각효과는 굉장하다. 국제금융자본의 판도를 이해시키는 초반부 김나리(이하늬)의 등장씬이나, 한국 금융권력의 결탁을 한눈에 보여주는 파티씬과 모피아의 핵심 강기춘(문성근)의 저택, 이광주 전 총리(이경영)의 저택 등 거대권력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미장센의 스케일이 상당하다. 검찰청 건물을 크게 크게 활용하며 검사실, 자료실, 검찰총장실 등을 무대로 극을 이끌어가는 것도 파격적인 시도다. 그리고 주인공 조진웅의 횟집 묘사까지. 상하좌우의 폭이 넓고 깊다.
초반부에 미스터리와 음모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판을 키우는 형식을 잘 활용했고 결말도 깔끔하다. 소시민적이고 양심적인 검사 양민혁(조진웅)의 캐릭터 구축도 상기한 횟집 묘사나 사법고시에 도전하게 된 사건 등으로 충실하게 되어 있다. 다만 검사실의 수사관이 네명인데 두명에게 비중이 과도하게 쏠려있다. 양민혁 독단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이 상당하고 그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조력 또한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영화이기에 다른 수사관들에게 비중을 조금 배분했으면 좋을 것 같다. 한편, 김나리 측에서 이야기를 함께 진행해 구성을 다채롭게 한 점도 평가할만하다. 조력자와 내부고발자, 협력자의 복합적인 포지션에서 딜레마를 잘 이끌어냈고 덕분에 후반부의 극의 긴장을 한층 높였다.
론스타 먹튀 사건이 역대 여러 정권이 결부된 복잡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평면적으로 다룬 <블랙머니>를 토대로 사건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위험성이 따르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문제제기를 했고, 론스타와 떼어놓고 모피아 권력이나 권력의 검찰 통제, 검찰의 정경유착은 쩌임새있게 잘 연출했다.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권력과 상호작용하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검찰의 속내를 묘사한 것은 <내부자들>이나 <더 킹>보다 진전된 이 영화의 성과이며, 동시에 현대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모순의 핵심에 검찰이 있음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캐스팅이 화려하다. 반가운 배우들이 제법 많은데 어떻게 이 배우들을 모았지? 싶고, 어떻게 제작비를 끌어모았지? 싶다. 각본만 보아도 타겟하는 연령대의 폭이 좁아 큰 흥행은 기대하기 어려운 영화임에도 이정도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은(말 나온 김에 찾아보니 제작비가 겨우 71억...앵!?) 역시 <내부자들>의 흥행이 가져온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