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가 14년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극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존재감이 남다른 배우이기에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못했다.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의 폭이 넓고 여운도 길며, 영화 특유의 연출 방식으로 인하여 결말을 이해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무시무시한 장악력을 선보였고, 심플한 각본을 담백하게 화면에 옮겨냈는데도 예측을 빗나가는 사건 전개로 내내 영화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연출과 편집은 느리고 정적이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설명이 늦다. 정연(이영애) 부부의 대화도 짤막하게만 이루어지고, 정연의 남편(박해준)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조금 늦게 드러난다. 이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아이, 윤수 역시 초반에 등장하는데 실종되어 애타게 서로를 찾고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감정묘사가 극도로 절제되어있다.
느리고 정적인 화면에 수놓이는 것은 실종아동 부모의 심리묘사다. 느리고 정적으로 정연과 남편이 얼마나 절박하고 고통스러운지를 표현한다. 윤수에게 가까워질 무렵 정연에게 불행은 찾아오는데,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자살을 고민하는 장면, 그리고 고립에 처하는 장면까지도 차분히 영화는 담아낸다. 극 초반에 박해준 배우의 존재감이 크다. 아이를 찾아 전국을 도느라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에 낮은 목소리로 정연의 고립과 상실의 진폭을 상승시킨다.
사건이 전개되고 갈등이 상승되는 시점에서도 감독은 추격과 스릴러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주력한다. 영화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선택이다. 꿈과 환상으로 정연은 재회를 이루고 꿈에서 깬 정연의 고통은 배가된다. 차츰 그녀를 조여오는 공포와 적의는 마른 모래바람 같이 입을 바싹 마르게 하는데, 윤수와 그녀가 처한 상황은 광활한 갯펄 한가운데다. 발을 떼어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이곳에서 정연은 한발 한발 계속 앞으로 나간다. 카메라는 그녀의 위태로움을 내내 조명한다.
이런 연출방식을 택한 데에는 존재감 큰 배우들의 호연이 근거로 자리한다. 이영애는 말할 것도 없고, 홍경장(유재명)과...다른 배우 한분이 있는데 정보가 없다. 윤수의 지근거리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청년이 있는데 두 배우가 각기 다른 색으로 영화를 물들인다. 각기 영남과 호남 말씨를 쓰는 두 악역배우의 고유의 캐릭터도 좋고 합도 좋다. 약간 투머치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결말부에서 이들 배우의 호연이 없었다면 싱겁다는 평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어렵게 꺼내는 이야기지만,
영화의 사건이 섬노예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감상이다. <나를 찾아줘> 속 사건의 공간적 배경은 경기도 서남부, 영남방언을 쓰는 악역 1명, 호남방언을 쓰는 악역 1명 말고 나머지 인물들은 지역색이 없다. 그리고 사건 전개도 섬노예와는 상당히 다르다. 지역민들의 결탁도, 경찰과 지자체의 침묵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아이를 찾는 어머니와 아이를 감추는 한 집단의 악인들 간의 이야기다.
오히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리 묘사에 극도로 치중하고 있다는 점과 여러 장면들에서,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자다가도 손에 잡힐듯 생생한 우리 아이의 얼굴, 그 얼굴을 다시 어루만지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나서게 된 길. 그리고 아이를 만나지 못해 부서져 흩어지는 하루하루의 고통. 이들이 영화의 주된 정서이며, 그런 피해자를 조롱하는 가해자들의 묘사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세월호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뉴스로, 객관적 사건으로,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온갖 음모와 부정 속에서 시간을 소진하느라 정작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감정 자체를 공감할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직유가 아닌 은유의 방식으로 세월호의 상처를 위로하는듯한 이 영화의 화법과 결말은 가슴 아프면서도 고맙고 반갑다.
기교 부리지 않고 주제의 힘으로, 공감이란 무기로, 배우들의 얼굴로 기어코 설득해내는 영화다. 핵심 인물과 사건의 바깥을 쳐내고 연극적인 캐릭터와 대사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전체 사건을 바라볼 때는 구멍이 여럿이지만 영화의 가치를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다. 겨울이 될수록 심려가 클 실종자 가족들로선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영화 자체가 꽤 재밌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