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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Oct 28. 2021

폭탄선언

육아에 정답은 없고

"오빠 산후도우미 취소할까봐."

"...네?"


 동백이를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아이를 돌본지가 딱 일주일이 되었다. 월요일에 집에 온 그날 나의 출산휴가도 시작되었으니 재빠르게 일주일이 지나간 뒤였다. 아이를 집에 들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두시간마다 아이에게 맘마를 주어야 하니 밤낮의 구분은 사라지고 바깥양반과 나는 대개 10시, 11시쯤이나 되어서 엉금엉금 자리에서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곤 했다.


 그러니까 바깥양반이 그 말을 꺼낸 것은 월요일의 늦은 아침상이었는데, 그날 동백이는 잠투정을 제법 했다. 하루 하루 아이의 잠투정은 그 사정이 다르다. 내가 노련하게 아이를 잘 재운 날은 밤새 평온히 지나갔고, 그 요령을 깨닫기 전엔 아이는 밤 새 울며 집을 밝게 밝혔다. 기특하기도 하지. 여느 집처럼 잠이 가장 문제다. 나머지는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동백이는 내내 건강했다. 콧물이 조금 생겨서 이따금 전쟁을 치르곤 하는 것 빼고는, 건강히 먹고 자고 싸고 게웠다. 


 아이는 건강하다. 그리고 바깥양반과 나의 우당탕탕 육아생활도, 다행스럽게도 건강하다. 그것이 바깥양반으로 하여금 산후도우미 취소라는 생각을 이끌어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2주 간의 출산휴가를 쓰는 동안 무리를 해서라도 바깥양반을 쉬게 하고 내가 돌봄을 대부분 맡고자 노력했다. 바깥양반은 아직 몸을 쉬어야 할 때이기도 하고, 내 휴가가 끝나면 밸런스가 급격히 바깥양반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학교나 교육청 일로 종종 자리를 비우곤 했다. 또 대학원 수업도 집에서 들었다. 내가 아무리 아무리 돌봄을 위해 노력해도, 바깥양반의 부담은 적지 않았다. 다만 가장 문제가 되는 잠은 내가 밤 돌봄을 많이 충당했기에 비교적 바깥양반에겐 수월했을 것이다. 


 하루는 잠투정이 너무 심했는데, 거실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겨우 새벽녘에 잠에 든 적이 있다. 동백이는 너무나 팔팔한 나머지 속싸개 밖으로 팔을 자꾸 빼곤 하는데, 그래서 모로반사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조리원에서 전문가들의 손길로 탄탄하게 조여맨 속싸개도 두 팔을 모두 빼곤 했으니, 집에서 내가 서툴게 싼 속싸개 밖으로 팔을 빼는 것은 당연지사. 당연히 부모의 입장에선 아이가 탈이 날까 두려워 속싸개에 팔을 아예 봉할 수도 없다. 그런 날이 몇번 이어지다가 어떤 하루는 너무 잠투정이 심해져 침실에서 나와 동백이만 빠져나온 것이다. 그렇게 아이를 꽉 끌어안아 안정감을 부여하고 잔 그날의 기억을, 나는 아마 쉽게 잊지 못하겠지.


 그래서 바깥양반과 나의 첫 2주가 이렇게 흘러온 것이다.


"해보니까 어떻게든 되긴 되네 둘이. 그리고 산후도우미가 와서 음식도 해주고 그런다는데, 음식은 오빠가 더 잘하잖아. 내가 점심만 데펴먹으면 되지."

"음...하긴 불필요한 인건비긴 하지 건강식 부분은."

"그러니까 그 돈 아껴서 차라리 동백이한테 좋은 거 해주고 싶어."


 금요일인 내일이 내가 휴가가 끝나고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내일 산후도우미가 오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바깥양반은 내 출산휴가 동안은 산후도우미를 쓰지 않고, 내가 출근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쓰기로 했는데, 둘이서 해보니까 어떻게든 되긴 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동백이는 낮에는 참으로 부모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밤의 잠투정만 어떻게든 버티면 아침부터는 두시간마다 맘마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끝난다. 그렇게 오후가 되면 내가 퇴근을 하고 함께 아이를 볼 수 있다. 그 밖의 살림을 도와주고 밥을 차리고 하는 건 내가 어지간히 다 하면 되니까.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날 저녁 나는 갈치를 사서 다음날 갈치조림을 해주었다. 


 즉슨, 우리는 이 2주를 잘 버텨냈다. 아이는 건강했다. 둘이서 어떻게든,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깥양반의 결론이다.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깥양반은 내게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의 연락처를 건냈다. 예약 취소는 나에게 해달라는 의미다. 해서 나는 남자답게 전화를 걸어 취소를 요청했다. 산후도우미는 그날 저녁 바로 계약금을 전액 환불해 주었다.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친지들의 열화와 같은 우려와 걱정과 탄식이 이어졌다. 미친 짓이지. 미친 짓이 맞다. 그러나, 바깥양반의 결단이고 사실 내가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바깥양반은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다. 처음엔 똥기저귀 가는 것도 어려워하다가, 내가 어제 학교에 다녀온 사이 동백이가 똥을 싼 것을 혼자서 말끔히 해결도 했다. 트름이나 맘마 먹이는 것도 최대한 내가 하려 했지만, 바깥양반이 척척 알아서 잘 한다. 단 아가의 샤워만은 언제나 아빠의 몫이다.


 해서. 내일은 우리 부부에게 만만치 않은 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백이는 건강하고 단단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잠투정이 하루 하루 변하고 있긴 하지만, 셋이서 또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며, 나는 짧디 짧은 2주의 마침표를 찍는다. 다만 좀 다른 이야기인데, 글 한 줄 적기 어렵고 책 한 줄 읽기 어려울 정도로 둘이서 하는 육아도 힘들긴 하다. 그것을, 바깥양반을 홀로 두고 집을 나서기가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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