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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Oct 05. 2021

오빠 없는 하늘 아래 씩씩한 우리

코로나, 조리원, 가족분리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하는 길은 가까웠지만, 생전 처음 아이를 태우고 가는 길이라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가 흔들리면 아이가 머리가 흔들린다지. 뇌가 흔들리면 이상이 생긴다지. 과속방지턱 하나도 조심스러운데, 길은 울퉁불퉁, 노면이 좋지 못해 속이 쓰리다. 공연히 비상깜빡이까지 켜가며 조리원에 도착했다. 


"아버님 그럼 아이랑 인사하시구요."

"네."


 아버님이라고 불리게 되었구나. 교사라는 직업으로 20대 후반부터 훨씬 연배의 분들과 서로 아버님 어머님, 선생님 하며 존칭을 주고받던 내가 이제 그 아버님, 그리고 바깥양반은 어머님이 되었다. 조리원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 아버님은 아이와 아쉬운 이별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한다. 2주간은 이별이다. 


"네 그럼 어머님과도."

"잘 해 바깥양반. 연락 자주하고."

"응."


 이번엔 바깥양반과 이별이다. 지난해부터 내가 외출도 최소화하고 거의 바깥양반과 붙어 살았다. 바깥양반은 요 두 해 사이에 이전보다 훨씬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산고로 인해 아이를 낳고 요 몇일은 내가 더욱 챙겨야 했으니, 그러던 오늘 아침 갑자기 조리원으로 똑 떨어졌으니. 물론 조리원 선생님들이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주시겠지만 말이다.


 2주간 나에겐 여러가지를 처리해야 할 미션들이 주어졌다. 작명소를 고려해봐야하고, 동백이를 위해 집안 전체를 싹 청소하고 육아를 위한 채비를 해야 한다. 냉장고도 청소를 해야할 것이고, 아직 세탁이 덜 된 아이용 물품도 싹 해놔야 한다. 동백이와 바깥양반이 돌아올 때가 되면 완전히 준비가 될 수 있게. 뭐 그거야 또 내가 알아서 할 몫이고, 바깥양반은 잘 있나.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잘 보낸 모양이다. 완전히 모자동실은 아니지만 충분한 시간은 엄마와 보낼 수 있는듯하다. 


 그러나 결국,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바깥양반의 입장을, 나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내가 보면 아이와의 유대가 현저히 큰 차이라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의 작은 얼굴은 수십가지 표정을 보여주는데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바깥양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들 뿐이다. 아이는 부쩍부쩍 커갈 텐데, 불과 하루 너덧시간 정도 아이를 함께 볼 수 있고, 그 나머지 시간은 새벽에 몇번이고 깨서 기저귀나 수유 챙기는 일이니. 아이와의 풍성한 교감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 


...뭐 그런 와중에, 나는 고민 하나를 클리어했다. 나는 곰, 바깥양반은 수달로 캐릭터를 잡고, 동백이 캐릭터는 뭘로 하나 고민고민이었는데...하프물범!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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