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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Nov 09. 2021

우리, 깐부끼리- 감바스나- 한 냄비 헐까?

두둠칫 두둠칫 K-빠에야도 함께

 딱히 이유는 없다. 어제는 김치전을 먹었는데 오늘은 뭔가 또 색다른 무언가...무언가를 하고 싶다. 그냥 그런 생각으로 충동적으로, 바깥양반에 카톡을 했다.


- 오늘은 좀 있어보이는 거 먹을까 저녁으로

- 뭐요

- 우리는 깐부니까

- 깜바스 먹자

- 우리는 깐부니까 깜바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깐부?

- 아

- 오징어 게임 드라마 유행어야

- 응 거기서 깐부가 모야


...-_-;;  바깥양반이 감바스는 알아도 깐부는 모른다. 하긴 그렇다. 나도 진짜 진짜 어릴 때, 골목놀이 할 때나 썼던 말이고 그게 30년도 더 된 기억이다. 우리에게 깐부는 깐부치킨 뿐, 이었지. 오징어게임 같은 잔혹한 장르는 보지 못하는 바깥양반이라 오징어게임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아기를 안은 채로 폰으로 휙휙 넘기면서 보았다. 그래서 대강의 내용만 알고 있는 정도. 스릴러 장르의 본질은 시청자나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쪼는 맛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법인데, 나는 쪼는 맛은 커녕 맹물 오징어를 먹은 셈.


 어쨌거나 나는 퇴근을 하얐다. 일은 쌓였지만 칼퇴.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2주간의 출산휴가로 수업을 교체해서 지난주와 이번주에 하루에 5,6개씩 있던 수업이 이제 전부 끝나간다는 것이다. 내일부턴 그나마 좀 정상적인 하루 일과와 함께 업무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간이 또 팔랑팔랑 빠르게도 흘러서 동백이는 5주를 넘겼다. 어제는 밤에 딱 한번만 내가 일어나 맘마를 주었다. 새벽 1시 반 맘마는 바깥양반이, 네시와 일곱시 반은 내가. 밤에 세번씩은 깨어나서 아이를 챙기던 때에 비하면 어느덧 호시절이다.

 종이컵 한컵 반 분량은 되나. 마늘은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한웅큼 집어 편을 썰어넣었다. 그런데 아차차, 꽤나 가열되어 있던 올리브유라, 마늘편을 넣자마자 화자작 하며 기름이 튀었다. 나중에 일거리가 좀 생겼다. 어쩔 수 없지 강행이다. 마늘이 갈색빛을 띠자 바로 불을 끄고, 볶던 양파를 마저 볶는다. 버터는 넉넉히, 양파는 작은 놈으로 한통을 다.


 감바스에 왜 양파냐. 그것은, 감바스를 하려고 바게트까지 계획을 하고 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깐부니까 감바스는 좋지. 그러나 감바스 자체가 메인 디쉬가 되기엔 항상 아쉽다. 에피타이저나 사이드 디쉬에 맞춤하겠지. 그러니, 메인디쉬가 필요하다. 감바스랑 먹기 좋은.


 그러니 생각은 자연히 감바스에서 빠에야로 갔는데 그것은...감바스가 스페인 요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깥양반이 좋아한다. 감바스는 신혼 때 집들이를 하면서 여러번 만들었다. 정말 쉽고 만족도는 큰 요리다. 그리고 내 성격대로 장난질을 치기도 쉬운 요리다. 감바스에 찍어먹을 수 있는 게 바게트빵 말고도 여러가지고, 여기에 베이컨 등을 곁들여도 되고. 그에 반해 빠에야는 나는 문외한이다. 딱 한번 먹어봤던가. 오늘 빠야에를 만들기로 하면서 검색을 하니 샤프론이 필요하다네. 샤프론? 구하기도 어려운데 심지어 비싸다.


 야메로 간다!

 샤프론을 어차피 카레에 든 강황가루로 대체하려고 생각을 하고 나니 나머지 부재료들도 야매로 쉭쉭 흘렀다. 파푸리가가 하나에 천몇백원씩이나 하니 집어들기 어렵다. 게다가 바깥양반이 딱히 파푸리카를 넣는다고 기뻐할 것 같지도 않다. 파푸리카가 안되면...하고 고민을 좀 하다가 980원짜리 오이고추 한봉다리를 집었다. 야! 야메, 아니 야메는 일본어잖아. 엉터리요리다! 그러나, 애초에 빠에야라는 것도 가정식이고 잡탕이다. 레시피는 여러가지 있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맛만 있으면 될듯하다. 게다가 오늘은 사실, 깐부끼리 감바스나 한냄비 해 먹는 게 본래의 목적이니, 빠야야가 조금 엉터리로 만들어져도 대수일쏘냐.


 오징어가 한창 비쌌는데 마트에서 씨알이 작은 놈으로 세마리에 65백원. 좋다 수월하게  넘어간다. 그리고 방울토마토까지   사니 만족스러운 K-빠에야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거  이거, 그냥 꿰기만 하면  되는  아닌가!

 그리고 정말 그렇게, K-빠에야도  손쉽게 이루어졌다. 요리를 하고 있으니 침실에서 바깥양반이 아기를 재우고 나와서 식탁에 앉았는데, 나는 아기 봐야지 어딜 나오냐며 얼른 돌려보냈다. 감바스는 미리 통지를 해두었지만 빠에야는 비밀이다. 감바스보다 원래 빠에야를 좋아하는 바깥양반이니, 몰래 만들었다가  완성되었을  불러서 놀래키는 즐거움, 바깥양반은 놀라는 즐거움이  것이다.


 방울 토마토를 반쪽으로, 그리고 고추는 대강 길쭉길쭉하게 잘랐다. 오래 볶지만 않으면 된다. 어차피 야메요리이니, 카레가루와 토마토소스가 일은 다 할 것이다. 그러니, 이이...얍! 하고 대강 볶은 양파에, 대강 자른 오이고추와 방울토마토에, 대강 자른 오징어와 칵테일 새우를, 새우는 키친 타올로 수분을 닦아낸 뒤에 감바스에도 넣고, 후라이팬에도 넣은 다음에, 밥과 카레가루를 우수수.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토마토소스까지 딱. 볶자!


 6시에 요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후다닥 20여분만에 빠에야는 벌써 뚝딱이다. 그리고 버터를 넉넉히 녹인  바게트빵을 굽기 시작했다. 원래는 바게트빵보다는, 버터구이에 파슬리가루를 뿌려서 꾸밀려거들랑 통식빵이  좋다. 그래야 골고루 여섯면이 잘 버터에 발라져 구워지기도 할 것이고…그러나 그런 모든 옵션을 고려하기엔, 업무는 바빴고 집에서 아이가 깰 것은 두렵다. 갓난 아이를 기르는 집의 식탁이란 절박함과 촉박함 사이의 무언가인 것이다.


 그래서…바게트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베이컨도 같이 볶을까 싶었던 계획도 포기하고, 버터로만 후다닥 바게트를 굽고 나서, 드디어 바깥양반을 불렀다.

어 뭐야 이게?”

이게 이게 그것이지 그것. 감바스에 어울리는,”

아 빠에야 했구나!”


바깥양반이 식탁을 보자마자 신나서 사진을 찍는다. 나는 시어머니표 수제피클을 담아내며 말을 이었다.


샤프란은 없어서 카레가루 좀 넣었어.”

괜찮아 나 샤프란 향 안좋아해.”


 샤프란 향이 싫은데 빠에야는 좋아한다라, 나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고, 맛만 있으면 되지. 풍성한 재료가 맛난 소스와 만나 후다닥 완성된 K-빠에야는 물론, 완벽한 오리지날 레피시대로 만들어진 감바스는! 맛있다. 페퍼론치노를 넉넉히 넣어, 뒷맛이 칼칼하니 얼큰하다. 물론 마늘도 페퍼런치노도 실제 스페인에선 반절씩이나 들어갈까 싶긴 하다만은.


 딱 30분 걸렸다. 원래 집에 있던 칵테일새우나 올리브유 등을 썼으니 깐부 둘이서 노나먹을 감바스에 빠야에 재료비로 오늘은 만 사천원 가량을 썼다. 알이 잘은 오징어, 셋 중 남은 둘은 냉동실로 들어갔으니 그 금액을 감안하면 만원 안쪽이겠지. 만원의 행복. 그래 만원의 행복이다.


 기름이 튀고 냄비 하나에 후라이팬을 둘을 써서, 우당탕탕. 오징어게임은 아니지만 오징어도 등장은 한, 깐부 둘이서 먹기 딱 좋은 감바스와 빠에야 이야기는, 오늘 이렇게 끝.


 바깥양반은, 다음엔 먹물빠에야를 해달라는데 글쎄…그럼 내가 내장 손질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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