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원픽 카페 발견

겨울 속초 반달살이(5)

by 공존


창밖으로 어린 고양이가 햇살을 맞으며 오간다. 추운 날씨에도 팔팔한 것이 한창 재롱이 많을 시기인 것 같은데 카페 주인 분들은 고양이를 안에 들이지 않는다. 귀여운 건 귀여운 것이고 영업은 영업이니. 알러지라도 앓는 손님이 고양이털에 재체기라도 하면 이 시국에 큰일. 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온 객이 된 우리는 창 밖에 고양이가 머무름에 안심하며 차를 마신다.


어제에 이어 내가 찾은 카페들이 포함되어 동선이 짜여졌다. 설악산 진입로 있는, 어제 갔던 다온 카페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카페다. 드물게 좋다. 속초에서 가본 카페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막 찍을 정도로.

한옥을 리모델링했다기보다 처음부터 신식으로 지은듯한 한옥 건물이 큰 창이 햇살을 듬뿍 담아 찻잔에 비춘다. 마당의 작은 연못들에 피어난 살얼음을 어린 고양이는 딛고 뛰어오른다. 좌식 테이블에 아이를 눕히고 앉아 한적하게 시간을 보낸다. 제대로 된 휴식을 제공하는 카페다운 카페다. 거기에 돌담까지. 완벽해!

이런 수준의 카페가 적지않게 발견된다는 것은 속초가 관광지로 거의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원래부터 설악산과 바다 등 천혜의 경관을 갖추었고, 맛집이 새로이 발견되면서 유명세를 얻다가 이제 젊은 방문자들을 위한 카페가 갖가지 개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여행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긴 또 요즘 안 그런 곳이 또 없다만, 요 10년간 예닐곱번 속초를 오가며 그 변화를 목도하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긴 하다.

16박 17일 일정이 13일로 줄어든 시점이니 이제 비로소 '반달살이'라고 함이 적당한 시점이다. 그리고 오늘은 힘내어 이곳 저곳을 가보기로 했다. 긴 하루를 보낸 뒤 나는 내일 홀로 서울에 다녀와야 하기에.

아침을 차려 숙소에서 먹었다. 김치와 깍두기까지 두둑히 챙겨왔다. 제주도처럼 먼 곳을 갔을 때는 김치까지는 챙겨갈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속초 정도면 마음만은 동네 앞마당이라, 김치와 햄도 챙겨올 여유가 있었다. 전기화구의 미지근한 열로 김치와 햄을 오래 볶아 서둘러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방문한 첫 장소는 설악산 공원 안에 있는 신흥사 경내 찻집.


양양 낙산사, 고성 화암사, 속초 신흥사 등 요 근방에 좋은 풍광을 갖춘 사찰 경내의 찻집이 많다. 경내 찻집을 가보진 못했지만 양양과 속초 사이에 있는 휴휴암도 정말 한적하고 고즈넉한 것이, 적지 않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한껏 마음을 쉬고 올 수 있는 공간이다.

사찰 찻집이다보니, 방문하는 손님들도 어느정도 특정되어 있어, 아이를 안고 들어가면서부터 옆자리의 노부인과 눈이 마주치더니 먼저 말을 걸어오신다. 자신의 손녀와 두 달 차이가 난다고 하시더니, 벌써 아이를 데리고 나왔느냐 놀라기도 한다. 아이를 끌고서라도 외출을 하고, 카페 투어를 해야 하는 바깥양반의 조바심을 내가 어찌 하리오, 이어서 옆자리에 앉으신 노부인들께서는 우리 아이를 화제에 올리셨다가 이런 대화를 나누신다.


"저럼 추운데. 뭐 좀 덮어주지."

"야야 조용해 아무 말도 하지 마 젊은 사람들한테."


듣고 있던 내가 얼른 소리 높여서 "아니예요 말씀 감사합니다."하고 동백이 옷을 단도리했다. 세태가 각박하다보니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오지랖이라고 트집을 잡히는 경험들에 대하여 기성세대들이 얼마나 경계하는지 피부로 느끼는 순간. 그런 걱정을 덜어드리니 어른들께서 육아에 대해 나누는 말을 몇가지 더 얻어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당연히, 아이를 기르는 것은 온 사회가 함께 할 일인데, 마땅한 참견까지 불쾌한 일로 받아들이는 요즘 부모들의 심보는 조금 모를 일.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며 장모님과 처제를 기다리기로 했다. 영랑호 근처에 자리한 식당이 로컬맛집이라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범상하지 않아서 나무계단을 타고 마당을 건너 2층으로 직행한다. 퓨전음식인 타코라이스, 그리고 쌀국수를 시켰는데 둘 모두 훌륭하다. 타코라이스는 부리또 위에 타코 재료를 얹어먹는 느낌.


이거 뭐 다 먹는 이야기 뿐이구만 싶기도 한데, 실제로 그렇지 뭐. 쉬러 와서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는 일만 반복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숙소로 들어가 아이와 함께 쉬는 하루의 반복.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번 아이가 빨리 컸으면 하고 바라곤 한다. 아이가 크면 같이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걷기도 하고 산도 타고 등등 할 일은 많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단조로운 밥집 카페 밥집 카페 이런 일기는 없어지지 않을까. 한두 해 뒤에 아이가 낙서를 시작하게 되면 그것도 하나 하나 일기가 되겠지.


그건 그렇고. 횟집을 개조한 카페가 힙한 오션뷰임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2층을 우리가 독차지했다. 아직 관광지로서는 조금 더 성장을 해야겠구만. 카페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사람이 이렇게 확 줄다니.

터미널로 우리가 향한 시간은 4시. 긴듯 짧았던 하루 일정이 또 마무리되고, 가족을 이끌고 청초수물회에 가서 식사를 한 뒤 숙소에 가 쉬다가 나와 심야의(라고 하기엔 고작 일곱시 반이었지만) 중앙시장 방문을 시도했다. 동백이를 데리고는 시장에 갈 수 없어서 바깥양반은 시장 방문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장모님께서 아이를 봐주니 모처럼 자유부인이 되어 아주 신이 나셨다. 계획 없이 방문했던 곳에서 감자전에 홍게까지.


감자전을!? 아니 내가 해준 것보다 맛도 없는 건 왜사니.

도문

설악산공원 진입로에 좋은 카페가 셋 있다. 도문, 와이에이티, 다온. 내 취향은 서술한 순서대로인데, 도문 같은 경우엔 진짜 볕 좋을 때 가서 오래 머물고 싶다.


설향

입장료와 주차비 12000원을 지불해야 방문할 수 있는 사찰 내 찻집. 단풍 들 때 정말 멋지다고.

완앤송

여행객들도 알음알음으로 와서 먹고 가는듯. 식당 안이 좀 좁다. 성수기에 가더라도, 대기명단 작성을 하고 나서 영랑호를 한바퀴 돌아도 될듯하고...의외의 발견.


코엘

횟집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카페. 그 오션뷰가 그 오션뷰니 사람들 몰리는데에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편히 쉬다 나왔다. 커피 맛이야 다 똑같지 뭐.


라또래요

속초해변에 있어 접근성 좋은 젤라또집. 외옹치 바다산책로를 걸을 때 들고 가도 좋겠지. 코로나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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