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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r 30. 2022

코로나 천국에서 학교 노동자로 살아남기

음성이라 다행이야


"오늘 선생만 20명은 격리인데, 휴고 안하나?"


 아침, 또 한명의 동료교사가 확진되었다. 친한 몇몇끼리 노는 톡방에 두 줄이 선명한 자신의 자가진단킷을 보여주면서 그가 한 말은, 정말로 코로나 감염의 공포가 턱까지 차오름을 알게 해주었다. 고작 60명 규모의 교사 중 20명이 확진 및 격리라니. 게다가, 그게 정말로 자주 같이 어울리던 동료교사라니. 나는 심지어 그와 지난주 저녁식사까지 했는데 말이다.


 한명 또 한명 그렇게 교사들은 감염되고 있다. 60명이 가르치는 770여명의 학생들 속에서 말이다. 월요일에 학교에 출근했을 때는 이미 학교가 무척이나 시끌벅적했고, 그 분위기는, 다름 아닌 3학년 한 학급이 대량감염되었기 때문임을 알았다. 3학년 전체 학급에게 1주일간의 온라인 수업 결정이 내려졌다. 그날은 동시에 1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기간을 마치고, 다시 등교한 첫날이었다. 전체 학급의 전면등교의 부푼 꿈을 안고 등교 및 출근을 맞이했는데, 교무실에 들자마자 나는 격리된 교사의 수업 보강 요청을 받았고, 정신 없이 노트북을 들고 교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렇게, 한 주는 시작된 것이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나는 자가진단킷을 꺼내 내 코를 쑤셨다. 


-나는 절대로 걸려서는 안된다.-


 절박한 마음이 허사가 아닌 것이, 다행히도 선명한 한 줄. 탁월한 활동성과 지나친 예민함을 갖춘 아내 덕에 외출도 많이, 마스크 착용도 철저히 한 덕분일까. 그러나 월요일은 동시에 내 바로 옆자리인 부장선생님의 확진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어라, 이건 턱이 아니라 입가까지 물이 차오른 느낌. 그리고 오늘, 수요일 아침. 내 대각선 방향 맞은편의 동갑내기 선생이 또 확진. 이건 큰일이다. 물이, 콧구멍을 파고 든다.


 콧구멍을 파고드는 코로나의 공포를 느끼며, 나는 아침에도 코를 쑤셨다. 그것도 두번이나. 고약하게도, 어제 약국에서 미리 사 둔 자가진단키트는 나름 성실하게 코를 찔렀음에도 불구하고 무효 결과가 나왔다. 출근해서, 차에서 내리기 전에 결과를 확인하고, 차에서 내려서 교무실로 올라갈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려던 계호기은 틀어졌다. 그래서 우선, 확진은 적어도 아닌 것이니, 교무실로 올라가, 바로 코를 또 찔렀다. 결과는 음성. 확실히, 선명한 한줄이 나의 안전을 말해주고 있다.


"절대로 오빤 걸리면 안돼. 그럼 다 끝장이야."


 아내는 아침마다 코로나 조심하라며 내게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 출퇴근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게다가 외부활동도 많은 내가 코로나에 옮아서 오면 6개월 난 아기와,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닥칠 테니까. 그래서 절박, 은 하다 실제로. 코로나의 공포는, 지금까지 멀리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1/3의 교사가 확진이 되고, 학급마다 5,6명씩 확진이 되어서 교실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볼 때마다, 턱에서, 입가로, 그리고 콧구멍 속으로까지, 공포의 물결은 차오른다. 내가 아프면, 내가 아프면, 모두 끝장이다. 여태까지는 코로나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초근접 거리의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은 확진을 경험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학교에 아이들은 온다. 나는 수업을 한다. 


 수업을 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다. 올해는 되도록 전면등교가 시행되고 있다. 주 단위로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던 아이들을 보다가, 한번의 온라인수업주 외엔 전부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 새 교복을 깔끔히 차려입고 앉아있는 아이들은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런 아이들에게 영어라는, 나름의 질서와 구조, 미래비전을 갖춘 기초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언제나 최고의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나는 수업을 하며, 한편으로 공문을 쓴다. 아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예산을 이리저리 끌어모으기 위해 골몰.


 그래서일까. 수업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진 이 한줄짜리 자가진단키트가, 얼마나 다행하고 안도가 되는지 모르겠다. 하루 하루의 진단에, 하루하루의 수업과, 하루하루의 아이와의 생활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들이 모두 달린 것이니. 살아남는다는 건 코로나 시국에서도 언제나 고달프면서도 또, 기쁜 일인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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