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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6. 2022

곰탕만큼 맛나다, 아직 안알려진 나주 육회비빔밥 맛집.

어쩌다사장 시즌2 촬영지 옆, 로컬맛집

 반찬이 깔려나오는 것을 차례 차례 보는데, 작은 접시에 담겨나온 계란장조림을 보고 나는 경악했다. 여기는 맛집이다. 절대로 맛이 없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즉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이거 계란장조림 봐봐. 여기 맛집이야!”

“푸흡.”

“뭐야 비웃어? 남편 비웃니?”

“아니 반찬 하나 갖고 갑자기 맛집 타령이 웃기잖아.”

“하 참.”

 나는 계란 장조림을 들어서 한입, 그리고 또 한입을 먹었다. 그리고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황홀경 같은 보람을 느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들 하지만 특히나 식당 반찬이 그렇다. 특색 있는 반찬 하나를 보면 그 집의 실력을 알 수 있다.


 이 계란장조림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흰자와 노른자 모두 색이 곱고 밝다. 삶을 때 과숙하여 갈변되지 않았고 간장에 졸인 시간도 길지 않다. 싱싱하고 신선한 계란 장조림이란 무엇보다 귀한 요리지. 게다가 잘려나온 모양이 그냥 평면도 아니고 계란 슬라이스용 칼을 썼다. 도구야 사소하지만 그 정성으로 치면 결코 사소하지 않다.


 무엇보다 담백한 맛에 조금도 짜지 않다. 그 옆에 곰삭아 톡쏘는 김치와는 대조적인 부드러우면서도 품격있는 맛이다. 이런 계란장조림을 내가 먹어본다는 말이더냐, 그것도 여기, 나주의 한 구석, 시골 읍내에서.


 나주에 도착, 점심으로 하얀집의 곰탕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저녁 시간을 기다리며 그 옆 행운분식의 샐러드빵도 먹었다. 그리고 해가 슬슬 기우는 것을 보며 출발.


 저녁으로 육회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우선 목적지를 나주 외곽의 맛집이라는 왕곡가든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오후 6시에 도착하니 이미 문에는 “재료소진으로 인해 조기 종료합니다.”가 떡하니 붙어있다.


“어떡하지.”

“아 육회비빔밥 먹고 싶었는데…”

“나주3미 투어 할거면 장어도 괜찮으니까 거기 가볼래?”

“웅 일단 어쩌다 사장 마트 갔다가.”

“응. 오빠 그런데 여기 내일 오픈시간에 오면 안돼?”

“응? 어…뱃시간 생각하면 안될…것 같진 않은데…”


 아내는 육회비빔밥을 좋아한다. 뭐 육회비빔밥이야 길 가는 사람 열 중 아홉은 환영할만한 요리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육회비빔밥이 이름난 고장이라면 그곳에 가서 꼭 먹어보곤 한다. 익산, 진주, 구례 등등. 각각 이름난 식당들이 있다. 잠깐 진주에선 육회비빔밥만 세번을 먹었던가.


 어쨌든, 아내가 심상하지 않은 고집을 부리기에 나는 아이고야 내일도 운전하는 동선이 어지럽겠구나 하며 우선 나주의 공산면으로 차를 몬다. 방문에 실패해버린 왕곡가든에선 차로 10분.


“그럼 거기서 저녁을 먹어?”

“응 난 홍게라면도 좋아.”


 그렇게, 우리는 방송에 나온 메뉴로 알차고 기념할만한 저녁식사를 그리며 공산 할인마트로 갔는데…

또 실패. 내가 아이를 안고 입장하니 분식을 담당하시는 어머님께서 앞치마를 훌훌 털며 주방에서 나오신다. 하. 이 여름날의 시골의 라이프사이클이라니.


“닫았어.”

“어어? 어떡해. 여기서도 못먹어?”

“농촌이라…여름엔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니까…일찍 다들 들어가…그러니까 일찍 닫지…”


라곤 해도, 아니 관광객을 조금은 고려해주시지. 라곤 해도, 또 이분들도 자기 논이 있고 밭도 있을 터. 하릴없이 우린 나주에 왔으니 나주배와 나주막걸리를 사, 밖으로 나왔다.


“장어? 근데…평이 애매해.”

“그럼 굳이 비싼데 돈 쓰지마. 다른 거 먹어.”

“끄응…”


 나주3미가 곰탕, 장어, 홍어다. 홍어는 패스한다고 쳐도 아내의 블로그 기록을 위해서라도 장어도 고려해볼만하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에 우리의 입맛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망설여진다.


 그래서 차에 타서도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며 마트를 빠져나오는데…그 순간…

“저기 가볼까?”

“어?”

“저기, 육회비빔밥 할 것 같은데?”


 나는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나 자기도 다른 메뉴를 먹기엔 마뜩찮은 심경이기에, 왕곡가든을 실패했으니 다른 곳에서라도 육회비빔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은듯했다.


“뭐어…오빠가 가고 싶으면 가.”

“어 기다려봐.”


 구글링을 해본다. 평, 좋다. 다만 매우 스몰샘플이다. 리뷰도 잘 없다. 소수의 리뷰글을 살핀다. 좋은 평, 있다. 나주식육식당. “지역민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


 오케이 이거면 충분해. 나는 차에서 내리며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들어가서 육회비빔밥 되냐고 물어볼게. 전화 걸려오면 바로 애기 데리고 나오고, 내가 그냥 차로 돌아오면 우리 가는 거야.”

“허얼…알았어.”


 식당의 외관을 한번 살핀다. 알뜰 살뜰한 지역 노포의 향기. 그리고 가게로 들어가 묻는다.


“육회비빔밥 지금 되나요?”



 

여기까지가, 우리가 식당에 당도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두번이나 허탕을 쳤으니 기력을 조금 떨어졌으되 샐러드빵 덕분에 허기가 지진 않다. (맛에 냉정한 상태.) 그리고 상차림이 깔리면서 계란장조림에 내 눈이 확 커진 것이다. 고기가 아닌 식사주문인데도 찬이 그래도 여섯이나 깔린다.

 그리고 육회비빔밥. 왕곡가든의 사진으로만 확인한 비주얼과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김 비율은 적은데 채소가…근데 다듬은 솜씨가…채썬 굵기가…특으로 주문한 15,000원의 퀄리치 치곤, 굉장히 솜씨가 있다. 그러니 비비는 것도 수월하다. 고추장 반스푼을 더해 사발에 턱 쳐서 떨구곤 샥샥 비빈다.

“육회비빔밥이란 게, 특별히 맛이 다를 이윤 없어. 육회 고추장 참기름 세가지 맛이거든. 나머진 가성비야. 그런데 여긴 가성비도 가성비인데 정성이 남다르네. 이거 채썬거 봐.”

“으응.”


 만족스럽게 탱글탱글한 육회를 씹으며 메뉴판을 둘러본다. 특 15,000원 글자 옆에 생고기라는 메뉴 명. 삼겹살은 평범하게 12,000원. 그런데 제육볶음에 애호박찌개라니. 사장님의 솜씨에서 드는 신뢰감에 구미가 당긴다. 다음에 와서 먹어볼 수 있을까.

 그런데 메뉴판을 보느라 가게를 둘러보는데 주방 안이 놀랍도록 청결하다. 실내의 낡은 벽칠, 오래된 나무판자 문과 이채롭게 대비된다. 주방이 이 수준이라면 재료관리 말할 것 없고.

 “아이코 아기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서요.”

“아아 방송 보고 오셨어요? 어쩌다 사장?”

“아 네 그건 맞는데. 근데 여기 맛집 같아서 들어왔죠. 계란찜 사장님께서 만드신 거죠?”

“네 그럼요. 고기는 어떠세요?”

“와 따봉. 고기도 맛있어요.”

“오늘 도축해서 들어온 거라 맛있을 거예요.”


 아하. 육회의 유다른 탱글함이 비밀이 풀렸다. 당일 도축한 육회비빔밥. 가성비와 정성에 이은 세번째 비결일까.


 재료를 살핀 김에 원산지 표를 본다.


 돼지고기 콕 집어 앞다릿살, 찌개엔 사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더 저렴한 고기를 써도 될 텐데 말이다. 이정도면 더 검증할 것도 없다. 아니, 검증이란 말이 언감생심이다. 이런 식당을 만나게 된 것이 오히려 감사한 지경.

 그런데 갑자기 탕, 하고 사장님께서 도마 위에 올려져있던 애호박을 썰기 시작한다. 아니 이건 놓칠 수 없지. 말문을 먼저 트셨으니 나도 다가가서 사장님께 말을 건다.


“사장님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네 아하하 이걸 뭘 찍어요.”

“아니 바로 직접 만드시니까. 애호박찌개도 먹어보고 싶은데 다음에.”

“아아 이건 단호박. 이건 생고기 상에 반찬으로 나가요.”

“아하 넵.”

 단호박은 애호박찌개엔 넣지 않으시는 걸로. 어쨌거나 반찬이라면 절임을 해놓으면 편하다. 그것을 굳이 그때 썰어내는 것이야, 한적한 시골 마을 장사라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봐도 이 청결함은 놀라워.


 나주식육식당에서의 식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움을 넘어서 일부, 놀라운 점을 발견한 식당이었다. 알려진 맛집을 간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방문해 발굴한 식당이라 개인적 판단은 과잉될 수 있다. 꼭 와야하는가? 나주에 온다면 외지인은 곰탕을 먹을 것이고 육회비빔밥을 고려한다면 왕곡가든이 선호될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왕곡가든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두곳의 우열을 가릴 것은 없고 만약 왕곡가든에서 웨이팅이 길어지거나 마감을 했다면 고민 없이 나주식육식당으로 와도 만족스럽겠다. 다음에 나주를 온다면 왕곡가든에선 생고기, 나주식육식당에선 애호박찌개를 먹으러 둘 다 갈듯하다.

이건 왕곡가든. 고기 아래 야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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