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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30. 2022

맛난 병콜라와 전문적인 커피, 이상순 씨 카페 롱플레이

예약제라 쾌적하게 놀다 올 수 있어요.

"저기, 죄송한데 너무 궁금해서요."

"네네."

"저기, 병콜라가 메뉴에 들어가 있는 이유가..."

"아하. 대표님이 좋아하세요."


 친절한 젊은 바리스타는 빙긋 웃는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상순 씨의 카페 롱플레이에 앉아있는 한시간 내내 신경쓰이던 게 저 병콜라 버킷 두개인데,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쯤에야 궁금증이 풀렸다.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의 안팔려요. 저희가 먹어요."

"푸핫."


 입구 쪽에 위치해, 카페에 들어서면 먼저 발견하게 되는 소품 매대엔 퍽 여러가지로, 머그컵, 식기받침, 에코백, 그리고 요가매거진, 그리고 설마 싶은 요가매트에(설마, 저걸 팔 것 같진 않으면서도, 설마 여기까지 와서 새벽에 이효리씨가 요가를 하기 위해 매트를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테고), 티셔츠까지 여러가지 구비되어있는데, 거기에 콕 하고 병 콜라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니 그걸 보고 나는 힙스터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인가 생각했었는데. 이상순씨, 아니 이상순 대표님이 병콜라를 즐기는 취향이라, 심지어 병콜라를 메뉴에 넣어놓았다니.


 그런데 그것이 더욱 인상 깊은 것이, 롱플레이의 커피 라인이 꽤나 짱짱하다는 것이다. 이건 즐겨줘야지, 하며 나는 아내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바깥양반, 병콜라를 시켰어야지 여기 포인트인데!"

"아 무슨 소리야 병콜라를 여기 카페에까지 와서 왜 시켜."


 라고 대꾸하는, 그녀가 고른 메뉴는 아이스 초코. 여기 카페에까지 와서, 초코를 시키는 것은, 말이 되구?

 일단-은, 알려진대로 롱플레이는 예약이 빡세다고 한다. 내가 한창 학교에서 빡세게 열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문자가 띡 왔다 며칠 전.


- 후.

- 겨우 성공했네.


- ...설마

- 그거니? 이상순?


- 어 성공했어.


- ...그래 인정.


 대단한 마누라다. 설마, 여길 예약에 성공할 줄이야. 덕분에 와보긴 했는데, 와서 보니 이상순 씨는 약속을 지켰다. 정말로 한적한 마을에 조용한 카페. 조금도 소란스럽지 않다. 유명세가 아니라면 개업 초기의 그 난리법석이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을만큼.


 두번째 약속도 지켰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카페로, 예약 손님만 방문하기 때문에 가게 근처가 사람 하나 없이 쾌적하다. 아니 정말로 없단 건 아니고, 마을의 고요를 깨트리지 않는다.


 세번째 약속,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켰는데,

 메뉴를 보자면 이렇다. 에스프레소 라인은 요란하지 않은데, 원두를 두가지 제공한다. 롱플레이와 프릿츠 블렌딩. 프릿츠야 뭐 워낙에 잘 알려진 커피 로스터이고...필터커피 라인은 셋. 그런데 구성이 꽤 괜찮다. 콜롬비아 게이샤 허니에 로우키의 블렌딩과 싱글, 그리고 프릿츠의 싱글. 라인업이 꽤나 좋다. 와서 여러가지를 마셔볼 가치가 있는 구성.


"뭐 마셔?"

"음...필터...는 라떼는 어차피 아니니까. 필터 중에는 프릿츠로 마실게. 저게 확 맛이 구별이 될 거고..그리고 라떼는 롱플레이 블렌딩."

"뜨거운 거?"

"당연히 뜨거운 거지."


 아내는 이상순 카페까지 왔고 커피가 괜찮다고 하니, 내게 두잔의 커피를 사주겠다고 말하고 온 상태다. 그에 따라 나는 아침도 새벽 다섯시반에 김밥 한줄 먹은 게 땡이고, 그게 다섯시간 전인지라, 지금 두잔의 커피 정도 맛보기 괜찮은 상태다. 그래서 라떼와 드립커피를 각각 골랐다. 프릿츠 커피야 서울 본점에 가서 먹으면 되고, 그리고 매대에 원두를 따로 판매도 한다. 그리고 필터커피 쪽에선 모두 좋은 원두로 보이는데, 내가 게이샤 취향이 아니라서 패스. 나는 플로럴한 강배전 취향이라.


 그리고 아내는 카운터로 가서 이것저것 주문을 하는데...세상에나 많이도 시켰네. 아내가 주문한 것들이 이렇다.

"아니 이게 다 뭐야."

"두번 오기 힘든데. 그리고 디저트들이 괜찮아서 시켰어 비싸지도 않고."

"...이건 뭐지? 쿠키?”

" 그건 한라봉 뼁 드 젠.”

"으흠."


 뺑 드 젠 맛이 산뜻하다. 이건 프루티한 필터커피 라인과  어울릴듯하고.

 아내가 챙겨준 내 메뉴들을 하나 하나 맛보기 시작했다. 우선 라떼 한모금. 당연한 이야기지만 라떼가 굉장히 맛있다. 입에 머금자마자 달고 고소한 맛이 확 입안에 퍼지며, 정제된 커피의 향과 풍미가 그대로 느껴진다. 라떼는, 롱플레이 블렌딩으로 시켰보았는데 은은한 단맛이라는 커핑노트의 표현처럼 정말 달콤한 원두. 이날 마지막으로 방문한 블루보틀의 라떼보다 훨씬 인상이 강하고, 맛있다. 블루보틀이 카스 맥주라면 롱플레이 라떼는 IPA라고 하면 과한 비유일까.


 드립커피 프릿츠의 싱글오리진 코스타리카 내추럴은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원두다. 허브향의 전미가 커피 맛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강렬한 커피. 이게, 약배전이라서 풋내가 덜 잡힌 게 아닌 것이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후미에 가서 은은하게 커피향이 차오르며 전미의 허브향과 어우러진다. 내추럴 가공이라 그런 점도 있겠지만, 이런 원두를 커피 라인업에 넣은 것만으로도, 이상순 씨의 취향이 잘 묻어나는 부분이다. 더운 여름날 잔디밭에서 흙냄새와 함께 올라오는 풀내음 같은 커피. 이 커피는 다른 라인업에 비해 상당히 이질적이다. 부담이 된다면 깔끔한 에티오피아 워시드도 있고, 대부분 필터커피 라인은 프루티한 편.

 커피도 커피이지만, 선곡한 셋리스트를 예약 손님들에게 배부한다. 16곡이니, 대강 1시간을 딱 채울듯하다. 우리야 당연히 아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짬은 조금도 없어서 아쉬웠지만 커피에 즐기기에, 음악에 몰입하기에도 좋은 카페. 예약제 덕에 15명 규모의 홀엔 10명 이내의 사람들만이 자리하고 있었고, 딱 1시간이 되자 다들 알아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몇시까지 하는지 모르겠는데 음악까지 즐기고 싶다면 늦은 시간에 찾을수록 좋지 않을까. 예약에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긴 하루를 보내고, 관광으로 진력을 좀 소진하고, 많이 걷거나, 헤엄을 쳤거나, 전날의 숙취로 몸이 노곤할 때, 떠들기보단 귀 기울이며 커피에든 음악에든 사람에든, 열린 마음이 될 수 있는 시간에 머물기 좋은 곳.


 나는 인간관계를 배워가던 대학생 시절, 친구나 선후배의 생일 선물로 다짜고짜 내가 픽한 책이나 차를 주는 살짝 이상한 행동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선물이란 그 사람에게 취향을 선물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생일 선물로 실용적인 물건은 효용가치에 비하여 상징가치가 낮으니 이왕이면 상징가치가 있는 선물을 주고,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로운 상징체계를 선물하려 했던 것이다. 민트티라거나 내 취향의 책들이라거나. 그 중에 압권은 <그리스인 조르바>였는데, 나는 선물로만 이 책을 다섯권은 넘게 샀다. 물론 아내를 만나면서, 그런 내 취향을 함께 선물하는 관습은 효용가치와 상징가치를 함께 갖춘 "백" 앞에 무너지긴 했지만,


 롱 플레이는 그런 구석이 있다. 병콜라와 요가매트로 대변되는 이상순 씨 혹은 거기에 더해진 이효리 씨의 취향이. 세련된 커피 라인업이, 그리고 음악이, 그냥 커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순 씨의 취향에 담겨있다가 가는구나 하는.


 이별의 선물인지 50분쯤째에 아이스커피가 나왔다. 산뜻한 산미가 느껴지는 것이 뺑 드 젠과 역시 어울려. 이것을  비우고 사람들은 슬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아기를 챙기느라 마지막으로 카페를 나왔고, 바리스타께선 친절히 유모차를 들어 길가로 옮겨주었다.


TMI : 롱 플레이에서 차로 10분만 더 가면, “김녕에 사는 김영훈” 카페가 나오는데 여기도 원두 라인업이 짱짱한데다가 에어로프레스 전문점이다. ㄴㅅㅁ(노산미) 블렌딩은 로스팅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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