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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ug 20. 2022

내가 볼 때 제주도에서 제일 좋은 뷰카페는 여기인데

심지어 애월이야

"음-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만."

"되게 오버하네 또."


 아내는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내가 가볍게 면박을 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 아내의 카페 취향에 쉽게 합의 및 동의하지 못하고 면박을 퍽 자주 주기 때문이다. 확고한 취향의 차이. 그러나 99대 1의 비율로 양보를 하고 있는 나의 입장. 그러다보니 이번처럼 모처럼만에 내가 골라, 카페에 왔는데, 그게 몹시 내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당연히 나는 확고하게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이 카페에 대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아내가 고른 카페에 비해 말이다. 그러니, 아내도 그것이 썩~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고.


 그러나 여기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만,


"내가 볼 적엔 여기가 제주도에서 뷰는 제일 좋은데?"

"응 커피 맛은 별로래."

"어 맞아. 시기만 하다. 산미가 아냐 이건."


 물론 커피의 맛도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커피는 맛은 없다. 산미가 아니라 약배전을 잘못 이해한듯한 맛.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내 취향에 딱인,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뷰카페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이거 봐. 한라산 오션뷰라고 한라산 오션뷰. 내가 가장 바라던 건데 이게."

"응 뭔지는 알겠어."

"그리고 여기 봐, 오션뷰. 야경뷰까지 다 있네. 밤에도 오고 싶은데."

"겨울에 와."

 여기를 어떻게 오게 되었냐면,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숙소로 오는 길에, 아무런 계획도 없는 아내 대신 내가 찾은 카페다. 제주에 여기보다 좋은 뷰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비교적 한산하다. 이유는 첫째, 카페 이름이 회춘인데다, 분점이다. 본점이 얼마나 유명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인 제주도에, 분점인 카페라니. 그게 유명한 카페인지도 모르겠는데 말이다. 그러니 알려졌을 턱이 있나. 둘째, 뷰 외에 달리 사람들을 끌어모을 뭔가는 없어보이는데, 셋째, 위치가 좋지 않다. 뷰가 이리 좋으니 그럴 수도 있는데, 애월 해안도로에서 삐죽, 하고 외곽으로 빠지는 길목에 있다.


 그 덕분에 이런 뷰가 한적하게 내 손 안에 떨어진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제주 어디에서나 보이는 그런 거라는데, 그래서 나도 제주도에 와서 한라산뷰를 찾아 이리 저리 떠돌아다녔다. 서귀포 쪽 몇군데 좋은 카페를 이미 찾아놓기도 했지만, 한라산을 바다와 함께, 그 능선을 이리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몇군데나 있을까. 바다와 제주시까지 조망할 수 있는 아주 작고 작은 반도 형태의 지형에 자리잡은 카페 덕분에.

 내 마음에 꼭 드는 카페를 만났기에 아이를 안고 카페를 구석구석 둘러봤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이기는 하지만 푸른 하늘 아래 푸른바다와 녹색 산림에 한라산 정상까지 함께 볼 수 있으니,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메인 홀이 통유리에 사람도 제법 차 있어 살짝 더운데, 반층 내려가면 보다 바다에 면한 지하층이 있다. 한림에 수우동 뷰에 근접한 자리에 그 어떤 경쟁도 웨이팅도 없이 앉아서 이렇게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데, 여기가 좀 더 시원하다. 에어컨이 빵빵 틀어져 있는 곳에서 아기 사진도 좀 찍어주고 나왔다.

 이게 참, 손님을 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녹색 철문에 대나무에 실내엔 분재에 예약 전용인 오션뷰 바닥자리까지 뭐 두루두루 갖췄다. 인스타 러버들께서는 저 철문이 포토존인 모양. 그리고 개인적으론 여름엔 분재 뒷자리가 에어컨을 쏘이며 오션한라산뷰를 보기 좋다. 밤에 와보면 좋겠는데 그럼, 저 자리에서 똑같이 야경도 볼 수 있겠지.


 다만 아무리 그래도 회춘이라니. 애초에 청춘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째서 젊음을 되찾는다는 말일까 그건 모를 일이다. 아무리 봄을 바란다한들 계절은 오고, 가고, 겨울은  테지만, 그렇다고 혹한에도 봄처럼 살지 못하란 법은 있는 것일까. 굳이 회춘이라는 이름을 지닌 카페에서, 회춘이라는, 내가 상실하지도 않은 젊음을 그리는듯한 감정을 접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있다면 봄은 늘 우리 옆자리에 있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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