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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07. 2023

배우자가 요리를 잘 하게 만드는 방법

칭찬하면 잘하게 되고 투정하면 당연히 하기 싫지

"샘 남편분이 샘이 하신 밥 먹고 표현 잘 안하죠?"

"네 무뚝뚝한 편이예요 말이 잘 없어요. 그래서 저도 재미가 없어요."

"네에, 우리 장인어른이 장모님 밥하시는 거 보고 그래요."


 회식 자리에서 나는 주부1 주부2 주부3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고기를 잘랐고, 음식을 퍼다 날랐다. 여선생님들인 덕분에 나는 조금 수고를 하고도 먹고 싶은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던 자리에서 나의 요리 행각에 대한 화제가 떠올랐고, 주부1과 주부2께서는 모두, 요리는 재미가 없다며 그 집은 좋겠다는 이야기. 요즘은 쉽고 편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밀키트를 자주 쓰는 모양이다. 하여, 나는 가장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요리가 재미없다는 선생님께, 남편분이 선생님 요리를 먹고 좋다고 하시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

 요리를 잘하게 되는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 누나처럼, 생전 요리따위 질색하다가도 아이를 낳고 필요에 따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의 경우처럼, 요리 자체에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결혼이라는 생애전환기를 맞아 나의 주방, 나의 식구(食口)들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하여 요리는 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그럼에도 요리는 장을 직접 봐야하고 손질과 조리를 하며 주방에 버티고 서 있어야 하는 일이고,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도 자주 실수를 하는데, 이를 테면 지금 사진을 올리고 있는 이 해물누룽지탕은 누룽지를 잘못튀겨서 조금 탔다. 그래도 먹을만은 했지만. 


 어찌되었든 요리를 잘하게 되는 이유가 저마다인 것처럼, 요리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도 저마다의 문제다. 정말 체질에 안맞아서일 수도. 배달과 포장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도, 이제부터 익혀가며, 배워가며 하는 것보다도 그냥 밀키트든 냉동이든 사먹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저마다의 좋고, 저마다의 싫음이 교차하는, 우리 모두의 먹고 사는 이야기에, 그래도 한가지, 요리 잘하는 배우자라는 상품의 높은 가치를 안다면, 꼭 해야 할 일을 한가지 이야기해본다면, 

 맛있다고 말하고 무조건 다 먹어치우는 거. 내가 남자든 여자든, 그게 어렵지 않은 문제인데 말이다. 


 우리 장인어른께서는 장모님이 하는 요리를 못먹겠다며 그냥 다 사다가 차리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장모님이 요리를 잘 못하고, 우리 바깥양반께서도 요리를 잘 못하신다. 대신에 우리 바깥양반께서는 내가 하는 요리는 퍽 잘들 먹는다. 물론 맛있으니까 당연하지. 입이 굉장히 짧으면서도 식탐은 많은 초딩입맛인 배우자를 둔 것은 그러나 요리 실력을 키우는데는 꽤나 도움이 된다. 정성 들여서 한 요리는 눈에 불을 켜고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렷하게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아무거나 던지는데, 그걸 해주면 굉장히 좋아하고, 사진을 찍어 간직한다. 그정도면 나에겐 괜찮은 효능감이 생긴다. 


 나 자신은 워낙 무던한 입맛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 그만 책을 잘못 읽는 바람에, 그 책은, 뻔한 아동교육용 동화로서 음식을 남기면 지옥에 가서 다 먹는다는, 이를 테면 웹툰 <신과함께>와 주제 및 배경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는 그런 책이었는데, 그 책의 교훈에 감명을 받아 실제로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이고, 그게, 철이 들면서는 엄마가 하신 귀한 요리라는 생각에, 정말 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해치우고, 투정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엄마는 요리에 저언혀 관심이 없는 누나 대신에 나를 불러서 조리중인 음식의 맛 좀 보라고 종종 하셨는데, 그때 나는 이 맛도 저맛도 다 좋아 좋아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는 내가 아무 맛이나 괜찮다고 하는 것을 어느덧 알게 되어, 도움이 안된다고 고개를 저은 일. 나에게 엄마가 차리는 밥상이란 그런 의미였던 터라, 손이 큰 엄마가 차린 음식을 대부분 다 먹어치웠고, 그래서 소싯적엔 일주일 내내 꽃게탕만 먹은 적도 있다. 엄마가 꽃게탕을 끓였는데 당시 누나는 고3이라 집에서 한끼도 먹지 못하고, 아버지는 그런 거 발라먹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걸 장장 3일간 거의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그랬더니 엄마는 한번 더 그대로 같은 양을 한번 더 끓였다. 


 ...거덜난 내 혓바닥과 입천장. 

 어찌되었든, 요리 잘하는 배우자를 원한다면 저얼대 투정 따위는 하지 않고 말 일이다. 내 입맛이 무던해져야 하지만 하는 사람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물론 세심한 입맛을 가지고, 음식의 간과 조리 상태를 피드백해주면서 음식을 남기기까지 하지 않는다면 더욱 훌륭할 일이다. 서로가 그런 실력과 입맛을 갖는다면 정말 가정은 화목해지겠지. 드문 일이다. 


 요리를 잘하는 건 기쁜 일이다. 건축학을 알면 내 집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듯이, 또 디자인이나 의류 관련 지식이 있다면 옷을 당연히 더 잘 입듯, 요리를 잘 하면 음식의 맛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 살면 돈도 절약이 되고 하루 하루 식사가 즐거워서 내 자존감도 커진다. 그 집 신랑은, 그 집 부인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한마디만으로도 꽤나 자랑거리가 된다. 물론 내가 잘하면 좋겠지. 그러나 다들, 그럴 사정이 아니니 배우자에게 맡기는 것일 게다. 그럼그 배우자가 해주는 밥에 대해서 맛있다 맛있다, 남기기 아깝다며 다 먹어주는 그런 일 하나, 돈도 시간도 노동력도 들지 않는 일. 

 그런 일이 쌓이다 보면 아침에 해물누룽지탕이 차려지기도, 주말에 탕수육이 튀겨지디고 한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에 함께 앉으신 주부님들께서는 우리 바깥양반의 생일상을 가장 부러워하셨는데. 그 이야긴 이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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