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명작, 혹성탈출 클래식 5부작(4)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by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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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간에게 그 모든 것을 주었나?
시리즈 3편에서의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면, 곧바로 4편을 보아야 한다. 늦어서는 안된다. 그 아릿한, 동시에 격렬한 마지막 장면은 4편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에서 하나하나 부수어지고 또 재배치되어 하나의 역사로서 반복되니까. 본편은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Planet of the apes saga의 전체를 지배하는 주제. 즉 인간이 지배하던 혹성에서 유인원이 지배하는 혹성으로의 역사를 아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설득력이라고 하면 우스운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로 그렇다. 1편부터의 기나긴 여정을 계속 따라온 사람이라면 4편에의 결말에 이르러선 자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더더군다나, 이것은 이미 예정된 역사다. 자이라와 코넬리우스가 테일러와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윽고 '역사'로 완성되며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바로 이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인간과 유인원의 역사를 펼쳐내며 우리에게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누가 인간에게 그 모든 것을 주었는가?

누가 인간에게 지구를 파괴하며 허영뿐인 문명을 쌓아올리고, 끝없는 탐욕으로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빼앗고,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의 생사여탈권을 주었는가. 끊임없이 안위와 영달만을 추구하며 그 모든 존재를 짖밟는 인간이야말로 '악의 불모'다. 유인원들의 반란은 그래서 필연이고 유인원의 혹성, 그 탄생은 그리하여 역사가 된다.


1991년, 잿빛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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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의 세계는 자이라와 코넬리우스 부부의 사망으로부터 21년 뒤, 1991년의 북미 대륙으로 안착한다. 그 세계는, 코넬리우스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이다.(사실 그 역사를 어찌 코넬리우스가 알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속편의 모순'이긴 하지만) 우주에서 들어온 바이러스에 의해 고양이와 개는 전멸하고, 애완동물이 필요해진 인간은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삼았다. 그리고 유인원들은 노예로 착취당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1971년에 제작되었는데 아주 가까운 근미래의 상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1년의 미국은 '스피커'에 의해 통제된다. 파놉티콘과 같이 우뚝 서 있는 정부의 건물에서 시시각각 내려지는 지시에 모든 사람들이 복종한다. <1984년>의 세계 그대로이다. 건물들은 모두 잿빛이며 3편, <Escape From The Planet Of The Apes>에서 보여졌던 활기참은 간데가 없다. 경직된 세계 속에 방탕한 생활을 누리는 인간들. 스피커와 카메라로 그들을 조직하는 중앙정부, 그들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유인원들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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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018377_48cbceae709e3.jpg 시저의 보호자 아만도와 시저의 대화. 목의 쇠사슬은 시저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것.

그 세계에 3편에서 등장했던 서커스 단장, 아만도와 시저가 온다. 자이라와 코넬리우스가 남긴 자식, '말하는 침팬지'가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시저에게 아만도는 아버지와 같은 사랑을 준다. 그는 지난 21년간 안전하게 시저를 보호해 온 것이다. 마치 현실에서처럼 서커스는 망했지만,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이기 위해 아만도는 도시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잿빛 세계, 다른 생명에 대한 착취와 살육이 만연한 20세기의 끝자락에서 그 모든 것을 본다. 그것은 지적 생명체로서 분명히 살아있는 젊은 시저에겐 참을 수 없는 현실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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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이라와 코넬리우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다. 그러나 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들에게 '말하는 침팬지'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도시에서 유인원들의 비참한 현실에 절망한 시저가 단발마를 토해내자, 말하는 침팬지의 존재를 직감한 정부 요인들에 의해 두 사람이 추적을 당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상상 이상의 절망을 가져온다. 아만도의 지혜로 무사히 시저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아만도 자신은,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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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018377_48cbd0f39ca90.jpg 시리즈 전편 중 가장 중요한 장면. 유인원을 위해 죽는 인간. 인간을 위해 눈물 흘리는 침팬지. 그리고 리부트 3부작이 클래식을 뛰어넘지 못한 근본적 이유.

그의 죽음에 시저는 오열한다. 거리를 헤메며 울고 또 운다. 거리에서 착취당하는 유인원들을 위해 울고 또 아버지를 잃은 자신을 위해 울고 아만도를 위해 운다. 그리고 시저는 '유인원 혁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침팬지로 가장한 채 거리 곳곳에서 유인원들의 '각성'을 도우며 지하 어느 공간에서 조직을 결성, 그들을 계몽하고 무기와 각종 물자를 준비해 나간다. 그의 또다른 보호자인 맥도날드는 시저와 조금씩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신뢰하기 시작하지만, 그 잿빛 도시에서 유인원들에게 이미 희망은 없다. 노예의 각성, 노예의 분노, 노예의 봉기만이 절대적 당위. 시장에 의해 시저가 또 한번의 위기에 처하고 맥도날드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벗어나자, 마침내 유인원들은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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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 유인원의 역사
그날 인간의 역사는 바뀐다. 아니 정확히는, 역사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토록 시저를 죽이려고 했던 시장. 그는 지금 유인원들의 볼모가 되어 시저 앞에 묶여 있다. 시저는 시장에게 말한다.


"씨저!"

"당신의 노예지. 당신의 소유, 당신의 짐승!"

"분명히 죽었는데!"

"언젠간 죽겠지. 대왕이여 영원하라! 죽기전에 대답해 봐. 당신들이 아끼던 개들과 우리가 뭐가 다른거지? 왜 우릴 노예로 전락시켰나?"

"너희가 한때 우리의 조상이었고 인간은 그 후손이니까! 우리에겐 아직도 채찍으로만 다룰수 있는 너희 짐승의 본성이 들어 있으니까"

"그 야성은 쇠사슬로 묶어둬야해"


인간의 모든 악덕은, 그렇다 그들의 선조인 유인원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테일러가 조우한 미래의 현실이 바로 유인원의 원시적 야만성, 인간의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시저는 인간의 도구로, 인간의 흉기로 인간을 죽인다. 그런 그가, 인간에게 어떤 도덕적 당위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처음부터 그것은 인간에게도 역시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도 부여한 사실이 없던 권리를 인간은 남용해 왔던 것이고 남은 것은 억압된 노예의 해방된 열망 뿐이다. 이제 이 혹성은 유인원의 혹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단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인간 맥도날드는 다시 시저에게 묻는다.


"씨저,이런식으로는 안돼"

"내 생각은 달라!"

"폭력과 증오는 끝없이 반복될거야. 무슨 권리로 피를 흘리는 거냐?"

"노예의 권리로! 탄압자를 응징할뿐이지"

"노예의 자손들에게 인간미를 보여줄순 없겠나?"

"난 인간으로 나지 않았어!"

"알아, 진화된 침팬지의 후손이지"

"그들이 세상을 다스려야 해!"

"발전을 위해? 악화를 위해?"

"이 이상 악화될 수도 있나?"

"이런 폭동이 자유를 가져다 줄까? 내일 까지 . . ."

"내일이면 늦는다!"

"하찮은 황제 나방도 100킬로 밖의 동료와 의사소통을 해 황제 침팬지면 그보다 조금 낫겠군"

"조금?오늘 봤을텐데 세계에서 모인 침팬지들이 미래를 만드는걸 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 말인가?"


"화재가 있으면 연기도 있는 법이지 바로 오늘부터 우리 종족들은 인간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마침내 자멸하게 될 인류 최후의 날이 오도록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음모를 계획할 것이다! 하늘에 핵폭탄이 터지고 온 도시가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여 바다가 죽고 온 땅이 황폐화 되었을때 난 내종족을 속박에서 끌어 내어 인간을 노예로 쓰는 우리들만의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만의 군대와 종교. . . 우리만의 왕조를 건설할 것이다! 너희들을 짓누르고 말이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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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 .우리의 증오를 거두어야 한다. 우리의 무기를 내려야 한다. 우리는 불타는 밤을 지새 웠다. 우리의 지배자들은 이제 우리의 노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미를 가질수 있다! 운명은 신이 정한다. 지배 받는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그건 신의 뜻이다. 인간은 동정과 이해속에 지배 되어야 한다. 이제 복수심을 버려라. 오늘밤. . . 침팬지의 혹성이 탄생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매우 간결한 이 명제를 읊조리며, 영화를 본다. 노예가 된 유인원, 그들의 복수를 본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를 본다. 엄연한 착취가 아무렇지 않은듯 백주를 활보하는 이 세계에서, 너무나 쉬운 폭력을 우리는 경험한다. 그것이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이다. 폭력의 화수분이다. 인간의 폭력을 다시 인간은, 그들의 선조인 짐승들에게 돌리지만 시저는 그리 하지 않는다. 시저는 폭력과 억압에 의한 지배가 아닌 이해와 동정을 통한 지배를 택한다. 그것은 전혀 다른 역사의 방향을 예감하게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그 구조 속에서 인간은, 유인원은 멸망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까?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는 역사적 대전환의 기로에서 이렇게 묻는다. 그리고 스스로가 5편, <Battle For The Planet Of The Apes >에서 답을 구한다. 인간의 가장 저열한 밑바닥을 샅샅히 살펴주는 4편은 여기까지.


- 여담인데, 스탭롤을 확인해 봐도 되는데 겹치기 출연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저는 코넬리우스와 배우가 같은데, 같은 분장을 하고 연기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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