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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6. 2023

아기 데리고 치앙마이로 가는길은 험난해

다섯시간 동안 아이를 안고 비행기를 탄 남자를 아시오?


 왜


 이런


 아빠 껌딱지가


 되어버린 것인가.


 그 이유는 명백하다. 22개월, 그러니까...생후 66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최소한 600일 이상은 아빠인 내가 재웠다. 아이가 가장 민감하고 부모의 살점에 예민한, 잠드는 시간에. 나는 아이를 재웠다. 


 그로 인해 아이는 재워준 사람을 따른다는 육아의 절대법칙으로 아빠 껌딱지가 되어버렸고...물론 그 시간은 나름, 휴직기간 하루의 풀독박육아를 감당했고, 복직 후엔 육아-일을 병행한 아내에 대한 마땅한 나의 배려였지만 그 덕분에 나는...석사 학위와 육아를 병행한 덕분에 건강을 살짝 잃었지...나 역시 배려받았어야 하지 않을까싶지만 누가 칼 들고 협박을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그랬다. 나는...딸을 매일 재웠고...딸은...아빠 껌딱지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동백이 누구꺼?" 하면, 동백이는 제 엄마가 옆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아빠!"를 외친다. 내가 "아냐 동백이 엄마꺼."하면 동백이는 "아니야아."라고 한다. 내가, 물론, 딸이 이쁘긴 하지만, 나는 딸바보 같은 성격과는 거리가 멀기에 그리 기쁘진 않다. 그냥 좀 지 엄마꺼 하지 싶은 심정이라는 심심한 소회와 함께...


 함께...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에서의 다섯시간 반, 중의 다섯시간. 나는 동백이를 끌어안고 어떻게든 재워보겠다고...아이를 재워보겠다고...허리를 뒤틀고 비틀고 이리 꼬고 저리 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 너~무 힘들어서 잠깐만 엄마한테 가 있으라고 하자마자 비행기 안에서 소리를 지르는 딸네미를, 나는 어떡할 것이냐. 아 시몬 너의 이름은...너의 이름은...아니야. 이런 이야기는 그만 두자.


 한 30분을 버티다가 허리가 쑤셔 자리를 바꾸면 아이가 득달같이 왕! 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당연히, 자고 싶은데 못재워주는 아빠의 마음은 쓰라리고, 그 와중에 아이는 자기가 편한 자리를 잡겠다고 아빠한테 복도석으로 옮기란다. 그러면 또 제 엄마와 아빠가 자리를 바꾸는 소동이 비행기에서 일어난다. 이것이, 22개월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고뇌인 것이냐. 


 그렇게, 다섯시간 중 최소 30분은 울어재낀 딸네미와 아빠와 엄마꺼는 아니야하는 엄마의 모험은, 치앙마이 시간으로 밤 열시반쯤 끝났다. 다행히도 우리는 여름 휴양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짐도 모두 잘 챙겼고 공항에서 숙소로, 택시 기사님의 인도로 자정 무렵, 씻고 잠들 수 있었다. 아이는 숙소에 와서 또 다시 새로운 환경을 접하곤 흥분된듯 지친 몸으로 작은 호텔 방을 뛰어다녔고, 우리는 시끄러운 에어컨 소리를 자장가 삼아 이내 잠들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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