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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8. 2023

치앙마이에서도, 바깥양반은 메뚜기와 같이.

첫날, 바쁘고 알차게

"일단 수영부터 시킬까?"

"응 그러자."


 아이는 전날밤 늦게까지 잠을 못자고도 아침이 되자 귀신같이 일어나 우리를 깨웠다. 우리는...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일곱시반쯤이었던가. 어차피 잠을 더 자긴 글렀다는 걸 알고 나는 바깥양반을 깨웠다. 빠르게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우리의 숙소는 치앙마이의 올드타운, 3성급 호텔. 낡은 옛 건물이지만 그럭저럭 깔끔하고 수영장 딸린 숙소가 조식 포함해 하루에 7만원이다. 


 향신료 따위 일체 먹지 못하는 바깥양반과 달리 나는 곤충과 개고기 빼고는 뭐든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라, 정갈하고 간소한 호텔의 조식으로 포식을 했다. 전날 저녁도 가볍게 먹고 비행기를 탄 터라 태국 첫날 첫 식사를 걸지게 먹은 셈이랄까. 다른 것보다도 비싸기만 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엔 빵 문화가 발달한 곳도 많고 가격도 훨씬 저렴한 터라, 이번엔 빵을 좀 많이 먹고 가도 되겠다싶다.특히 여기 호텔 조식에 잼만 해도 세가지에 꿀도 있고 버터가 참 맛있다. 코코넛밀크를 달여 타피오카펄을 넣은 태국식 디저트도 몇번이나 먹었다. 


 아침을 먹은 뒤엔 이내 아이에게 수영을 시켜주었다. 나무와 꽃이 울창한 정원에 둘러싸여 수영을 하노라니 아이도 즐거워한다. 거의 한시간. 나는 오랜만에 수영장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쳐며 아이의 튜브를 밀어줘야 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초등학교때쯤까진 정말로 수영을 좋아하고 자주했다. 그 뒤에부턴 수영을 할 일이 생기는 게 손에 꼽을만큼 드물어지니 그냥 자유형 하듯 허리를 펴고 다리만 빨리 움직여도 금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다리에 쥐가 날듯 아프다.


"이 나이 먹고 물장구라니..."

"열심히 해."

"와 이거 잠깐 했다고 심박수 올라가네. 늙었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선 놀아주는 것만 해도 꽤나 운동이 된다. 그런데 치앙마이에 와서 보니, 이젠 22개월이 되어서 놀아주는 게 힘이 든다. 살이 빠질까.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수영까지 한시간 하고 나니 예상대로 딸네미는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우리도 조금 쉬다가 점심 때가 되어서 나가기로 했다. 치앙마이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걷기 부담되는 거리는 모두 택시를 타도 천오백원에서 이천원 꼴. 조금 멀리 나가도 오천원이면 해결된다.


 그러나...


"바로 또 택시 타?"

"응 카페는 올드타운 가서 가게."

"헐..."


 시작되었다. 바깥양반의 메뚜기 본능. 호핑투어 하듯 점에서 점으로 뛰어다니며 여행을 다니는 습성이 또 터져나왔다. 나는 원래 어디 하나를 가면 그 주변까지 둘러보며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공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할 수 있어야 만족하는 편인데, 바깥양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적한 곳에 와서 맛을 보았으면,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그럴거면 왜 올드타운에 숙소를 잡았어 그냥 깔끔한 님만에서 있지."

"아냐 올드타운도 갈거야."


 글쎄. 올드타운이 아이를 데리고 걸을만한 곳이...있나? 차라리 치앙마이 교외까지 나왔으니 여기서 좀 다니고 싶은데. 모든 일정을 바깥양반에게 일임했더니 아니나 달라. 게다가, 그렇게 다시 올드타운으로 돌아가서 간 카페는 왜때문인지 시그니쳐 메뉴라는 커피가...그냥 꿀물에 에스프레소를 얹은 느낌이다. 야! 여기 도이창 커피 맛있다고! 왜 꿀물을 탄 걸 내가 먹어야하는데!


 그러나 그런 바깥양반의 메뚜기 본능이 장점도 있긴 하다. 숙소에서 잠시 쉰 뒤 다시 메뚜기를 뛰어서 나이트 바자 부근의 맛집, 그리고 나이트 바자. 그렇게 해서 열흘 일정의 치앙마이 여행, 첫날에 아주 알뜰살뜰 관광을 즐기긴 했다. 걸으면, 덥고 힘들기만 하다. 나이트 바자에서 아기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고, 바깥양반은...


 야 누텔라라니!

이날 간 곳

https://blog.naver.com/yunsunning/22316895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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