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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8. 2023

아내가 물었다. 주호민 작가는 어떻게 생각해?

교사를 더 뽑아.

 나는 자기 자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감정은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맹목적이다. 그것은 이성으로 재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이초 선생님에 대한 가해자 학부모의 경우든, 수백억 자산가의 경우든, 자기 자식이 가장 중요하단 감정은 비판이나 협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하고 나서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장애아동을 기르는 학부모들의 경우 통합교육을 절실히 바란다. 정말로 정말로 중증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면 언젠가 아이가 사회인으로 독립할 수 있을 시기를 위해 조기부터 통합교육을 시도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아이들이 떠맡는다. 그저 아이들은 학급에 장애아동이 하나 들어왔다는 이유로 말도 행동도 편치 않게 된다. 그렇다고 장애아동의 학부모가, 통합교육을 포기하도록 하라고?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가진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정책은 이러한 학부모들의 감정을 기준으로 세워져야 한다.


 한가지 생각해보자. 서초구, 강남3구, 이런 학군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억 하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과연 정말로 교육기관일까? 아니면 수십억이 걸린 게임이 치러지는 경기장일까? 수십억이 걸린 머니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강남의 그 악성 학부모 민원들은, 이해는 못하더라도 납득은 가능하다. 이 사람들 눈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얼굴만 조금 할퀴어져 와도, 그게 수백만원은 되는 일이라 실제로 감각된다. 아이의 미래(로 인해 밝혀질 자신들의 미래) 하나 바라고 강남에 살며 학교 보내는데, 여기서 "당하고 산다"고? "뒤쳐진다"고? 당장, 교실에 뛰어들어가 교사들의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그리고 이러한 격렬한 이익관계의 충돌을 막자고 우리는 정부에 우리의 권력을 위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주호민 작가든, 소이초 가해 학부모든, 이런 사람들의 "우리 새끼 최고" 감정, 수십억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한 감정을 정책이 전혀 받아안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있어서 공무원 인건비는 너무나 아까운 지출이다. 뽑아놓은 인원으로 야근을 돌리면 되는데 왜 굳이 4대보험비를 내주면서 사람을 더 뽑는단 말인가? 공무원이 늘어봐야 기업처럼 정부에게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부, 특히 자본주의 정부에 있어서 공무원의 숫자는 그래서 적으면 적을수록 이익이 된다는 접근이 흔하다. 이들에게 있어서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는 더더욱 불필요하다. 어지간한 선진국은 모두 정부의 교육예산 이상으로 개인의 사교육과 사립학교 지출이 크니 말이다. 왜 굳이 교사를 늘리고, 학교교육을 개선한단 말인가. 교육의 목적은 산업사회 노동자 생산 수준으로만 두고, 따로 경쟁의 사다리 위에서 싸울 사람들은 학교교육 없이 알아서 자기 재산을 쪼개 자녀교육을 시킬 자들인데 말이다.


 주호민 작가 자녀와 같은, 톻합교육의 비극은 그래서 발생한다. 1학급 2담임제와 같은 정책이 교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실현된 바는 없다. 특수교사들을 보다 늘리고, 돌봄도우미 자리에 공익근무요원이 아니라 제대로 따로 선발한 인원들을 배치해야 할 텐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장애인에 대한 기본 복지도 태부족인 우리 나라에서 굳이 교사를 늘려가며, 인건비를 감당해가며, 교사 당 학생수를 낮추고, 그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의 사고를 예방한다? 그런 입법을 고민할 수 있는 생애과정을 살아온 사람이, 입법부나 사법부에 몇 퍼센트나 포진해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서이초 학부모를 끝내 색출해서, 그 사람 탓을 해본다고 치자. 그 사람이 악마임을 밝힌다고 한들 교사의 처우가 과연 좋아질까? 차라리,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을 교사의 교권을 보호할 대책을 세우고, 자질이 부족한 교원에 대한 조력과 보호, 검증과 재교육 대책을 세우는 게 나을 것이다. 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보편적 삶에의 권리를 확보하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1학급 2담임제와 같은, 초등학교에서의 교사의 노동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고민이나 하는 게 어떤가?


 괜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애를 안낳는 줄 아는가. 가장 많은 이민 사유가 "자녀교육"이었던 나라에서, 언제까지나 개개인의 탓이나 하고 있을까. 그냥 교사를 더 뽑아라.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라. 학부모를 악마로 만들기 전에 교육 하나에 사회 모든 갈등이 집약되는 이 구조를 좀 깨라. 그런 노력을 다 해보고도 안되면, 그때서야 "아 이렇게 해도 안돼? 대체 이유가 뭐야?"하며, 개개인의 탓을 하면 좀 봐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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