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케익 또 먹고 싶다
여행 3일째에 바깥양반은 많이 아팠다. 하루 종일 감기로 골골대는 통에, 내가 아이를 오전 내내 봐줄 수 밖에. 물론 호텔에 수영장도 있고, 어려울 건 전혀 없었다. 조식을 먹고, 오전에 수영을 시키고, 점심을 먹은 뒤 카페를 한두군데 들른 뒤 돌아오면 된다. 다만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굳이 메뚜기처럼 멀찍이 멀찍이 가보고 싶은 카페들을 택시를 타고 이리 저리 점프해서 가는 바깥양반의 여행스타일이, 나와는 안맞을 뿐이지. 그래도 오늘은 바깥양반이 자기 컨디션을 고려하여 한군데만 들르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가 본 이 케이크와 파이는, 와 참 맛나다. 원래 코코넛을 좋아하는데 스펀지는 부드럽고 코코넛오일이 듬뿍 들어간 크림에, 과육까지 얹혀진 크림. 아이를 품에 안고 놀아주며, 나는 이런 것이 여행을 오는 목적임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에선 이런 음식을 먹기 힘들거나 아주 비싸다. 코코넛이 이다지 많이 들어갈 건 뭐야. 열대과일은 마음껏 먹고 가겠구나 싶다.
이 앞전에 먼저 들른 로컬 닭집에선, 바깥양반의 사악한 습관이 하나 더 발동했다. 쏨땀이라고, 태국에서 흔하게 먹는 생채와 샐러드의 중간쯤 포지션의 음식인데, 그래도 와서 먹어보란다. 나는 굳이 솜땀을 시킬 바에야 고기나 더 시키자고 했지만 바깥양반은 그래도 로컬 음식이니 먹어보"라"며, 솜땀을 굳이 시킨다. 그리고 자기는 한 입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내 입맛엔, 너무 짜다. 향이나 음식의 꾸밈새가 못먹을 건 아닌데, 이렇게 짠 생채를 굳이 먹어야 하나 싶은.
그러니 우리의 여행은 이런 것이다. 한국에서 못 먹어볼 음식을 싸고 고급지게 먹어볼 수도 있고, 한국에는 없는 음식을 호기심에 시켰다가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결합되어 하나의 여행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이후의 삶에 공명한다. 바깥양반은 한 입 먹지 않았지만 솜땀을 한번 경험해봤으니 또...시킬까? 이건 두고볼 일.
그러는 사이에 우리 따님께서는 골골대는 엄마를 뒤로 하고 나름 잘 놀고 계시다. 바깥양반이 아프니 생각보다 일정이 짧아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는 하루의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남았다. 그 결론은? 마음껏 숙소 방안에서 뛰고 노는 것. 수영복을 말려야 하니 수영은 하루에 한번이다. 숙소엔 아무래도 놀거리가 충분하지 않다. 수영 대신에 샤워실에서 10분 이상을 물놀이를 시켜주고 침대와 소파를 날아다니도록 해준다. 그러고도 에너지가 남았으니, 아이는 서랍에 몸을 끼우기 시작한다. 신이 났다. 다시 감기로 몸져누운 바깥양반을 뒤로 하고 나는 홀로 아이를 좁은 방안에서 놀아주기 위해 진땀을 뺀다.
대신, 바깥양반이 잠에서 깨고는 혼자서 모처럼 올드타운 밤마실을 잠시 다녀올 수 있었다. 4년 전에 아이가 생기기 전에 처음 치앙마이를 왔을 때 치앙마이엔 우버와 같은 저가 택시 서비스가 없었다. 불법과 탈법의 경계이니까 그랬을 테지. 지금은 택시 앱이 두개나 있어 3천원만 내면 10키로 정도 거리는 가준다. 그래서 이번엔 택시를 몹시 애용하고 있지만 2019년엔 바깥양반과 나는 치앙마이를 미친듯 걸었다. 그때의 기분으로, 홀로 나는 저녁거리를 사러 밤거리를 나왔다.
일정이 좀 여유있었으면 올드타운 해자를 끼고 도는 긴 거리를 한가롭게 거닐어볼 테지만 아이도 있고 일정은 제한되어 있고 바깥양반의 메뚜기 본능이 가로막으니, 나의 걷기 취향은 이런 식으로 충족된다. 밤 9시 넘어서 한산해진 밤길을 걸으며 로컬 식당에서 생선스프를 산다. 아픈 아내가 혼자서 아이를 보며 숙소에서 두려워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갈 수 밖에 없다. 나는 짧은 밤마실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 아이의 저녁을 간신히 먹인다.
해외여행을 오는 다양한 이유,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그런 목적이 성취되는 과정에서 장애물도 그럭저럭 존재들 한다. 나는 그 와중에도 솜땀이며 맑은 대구탕이 딱 생각나는 생선스프며 짜디 짠 솜땀이며...잘은 먹었네. 치앙마이 3일째에, 하루 쉬고 간다. 내일은 제법 긴 일정이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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