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주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21개월
"으응? 으으으응?"
"비 케어풀 유어 베이비."
"오빠! 오빠아!"
"으아아아."
코끼리가, 아이의 손을 그만 먹이와 함께 코로 휘감았다. 아이는 당황했으나 울지는 않았고, 다만 코끼리가 서서히 자기의 손을 끌고가는 것에 힘없이 저항하다가, 아빠가 달려가 손을 빼주자 시무룩한 신음소리와 함께 아빠에게 안긴다.
그러나, 아이는 이내 기운을 되찾고 다시 먹이를 주고 싶다며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용을 쓴다. 나는 아이의 손에 잔뜩 묻은 코끼리의 콧물을 우선 닦아주기 위해 바깥양반에게서 물티슈를 얻어냈다. 그래서 동백이의 손을 닦아주니, 이번엔 아이는 방금 전까지의 과감했던 태도에서 한발을 빼, 주저주저 하면서 툭, 하고 바나나를 코끼리 코가 겨우 닿는 위치에 던진다. 겁을 먹긴 먹은 모양이다. 그런데 또 몇번 그렇게 조심스럽게 주더니 다시금 적극적으로 코끼리에게 다가간다. 여기는 엘레핀 팜. 치앙마이 중심부에서 차로 50여분을 달려, 코끼리를 만나러 온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린 조금 분주했다. 숙소를 옮기는 날이기도 했으며 코끼리 농원이 있는 곳까지 부지런히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전날 맡겨둔 빨래를 받아서 챙기고, 캐리어를 모두 싸고 나서 택시를 불렀다. 편도 50분 거리를 가서 2시간을 대기해준 뒤 다시 50분 거리를 돌아오는 일정인데, 택시 앱으로 택시를 부르자 먼저 택시기사가 1000바트를 요구했다. 보통 1500바트 정도 받는다며. 1바트가 38원 정도 하니까 4만원 안짝이다.
바깥양반이 이미 알아본 바, 저가형 택시를 타고 왕복 대기를 하는 것이 최선이며 먼저 택시 기사가 흥정을 제안한다고 들어 우리는 1000바트에서 조금 더 깎았다. 950바트를 주고 다녀오기로 했다. 이정도면 치앙마이 관광 일정으로는 조금 크게 쓴 것이긴 하다. 그러나 아이가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데, 이건 못참지. 제주도 코끼리 공연장보단 훨씬 괜찮다.
"이거- 이거어-."
역시나, 아이는 50분 거리를 차에서 졸기도 하면서 도착을 해서는, 코끼리를 보자마자 팔을 뻗으며 코끼리에게 가고 싶단다. 작은 코끼리 농원 건물 한켠에 먹이 바구니가 있다. 100바트. 한번의 먹이 체험에 3천8백원 한다. 작은 바나나와 사탕수수가 가득 담긴 작은 바구니를 들어 코끼리에게 가니 신이 나서 동백이가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다.
퍽 알려진 곳인듯, 우리 외에도 3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와 있다. 제법 큰 오두막이 꽉 차서 코끼리들이 아삭아삭 먹이를 포식하고 있다. 작고 예쁜 코끼리도 있었는데, 어휴, 2미터는 족히 되는 큰 코를 휘두르며 어른 코끼리들이 먼저 먹이를 독식하니, 작은 코끼리에겐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다. 어른 코끼리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콧물을 튀기고 있었기 때문.
아이는 첫번째 바구니를 순식간에 비웠다. 그때서야 카페에서 주문을 끝내고 바깥양반이 오두막으로 올라왔고, 우린 두번째 바구니를 사서 아이에게 먹이를 쥐어주었다. 바나나보다도 사탕수수를 아사삭 배어먹는 와일드한 소리가 듣기에도 좋다. 21개월의 우리 따님은, 거기에 올라와 먹이를 주는 각 국적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축이라 인기가 많았다. 우리 아이는 코끼리가 먹이를 먹는 모습에 신나하며.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먹이를 주는 모습에 신나하며.
엘레핀 파크에서 체험을 마친 뒤 올드타운에서 조금 남쪽에 떨어진 주택가의 작은 키즈카페에 들렀다. 꽤 규모가 큰데도 입장료가 단 돈 4천원. 여기엔 잉어가 노니는 꽤 큰 수로가 있다. 이번엔 아이는 잉어를 보자 또 "이거어-"를 시작한다. 바깥양반은 득달같이 20바트 가량 하는 물고기 먹이를 사 온다. 그리고, 또 신나는 먹이주기 타임. 두 통이나 물고기 먹이를 주고도 아이는 아쉬운가보다. 우리에게 더 하면 안된다며 칭얼댄다.
굳이 잉어 먹이 주기가 아니어도 놀 거리가 많다. 아직 우리 아이가 오르기엔 어려운 꽤 멋들어진 놀이기구들과, 넓고 예쁜 모래사장. 그런데, 요놈이 이번엔 모래를 구르기 시작하더니...모래를 먹네?!
나는 아이가 모래를 먹자마자 서둘러 샤워장으로 가서 아이의 입을 헹구었다. 그런데 이 영악한 녀석은,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자기가 모래를 먹으면 샤워기에 가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기껏 씻겨서 다시 놀이터로 왔더니, 오자마자 모래를 입에 밀어넣는다. 나는 절로 "야!" 소리가 입에서 터져나오고, 그대로 서너번이나 놀이터와 샤워장을 오갔다.
이제 곧 22개월이 되어가니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코끼리 코에 당겨져서 딸려가면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얘가 좀 조숙한가 싶다가도, 안하던 짓을 한다고 모래를 마구 입에 넣는 것을 보면, 대체 앞으론 얼마나 더 사고를 치겠다는 건지. 마침내는 우리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아이를 싹 씻겨서 이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엔 제대로 빨개벗고 샤워를 하게 되자, 또 신나서 물장난을. 아이쿠.
우리는 올드타운의 호텔로 돌아와 님만해민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님만해민의 호텔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수영장에서 물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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