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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ug 12. 2023

감기와 피자와 똥물카페와 에메랄드빛

맥주를 줄이기로

 이 물빛엔 슬픈 전설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가 번지기 직전이던 2019년. 처음으로 치앙마이에 온 나와 바깥양반. 바깥양반은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이 카페를 골랐다. 그리고 이 카페에 가기 위해 우리는 치앙마이 대학교 부근에서부터 거의 1시간을 걸어서 이동을 했다. 


 나는 조금 기가 찼다. 아니, 1시간이나 걸어서 온 카페가 고작...똥물카페? 


 당시엔, 사진으로 보는 이런 에메랄드빛이 아니라 일반적인 치앙마이의 강물빛인 황토빛이었다. 나는 이 황토빛 호수에 한번, 여기가 핫플인 것에 두번 놀랐다. 그때도 다들 저 오두막 2층에 올라가 V를 양 손 손가락으로 그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와는 토질이 달라서 그냥 물이 어딜가나 황토빛일 뿐인 것이고, 그래서 태국 사람들에겐 저 작은 호수, 아니 물웅덩이가 황토빛이었어도 딱히 보기 나쁘거나 하지 않아을 뿐이고, 저 분수에서 황토물이 튀기든, 그 황토물에 발을 담그든,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화강암 지반이라 어딜가나 맑은 물이 샘솟는 단군할아버지 픽에서 온 나는, 그 황토빛 물 웅덩이를 보고 바깥양반에게 제법 면박을 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냥 발걸음 닿는대로 거닐며 쉬어가듯 카페를 들를 것이지 굳이 한시간이나 걸어서 온 카페가 고작 이거냐며. 


 그러나 바깥양반은 2019년에는, 이 황토빛 물웅덩이도 핫플이라며, 힐링된다며, 여기서 시간을 보냈고 2023년 오늘엔...기어코, 또 한번 이 카페를 왔다.


"오빠, 거기 바뀌었어 이젠 에메랄드빛이래. 똥물카페 아냐."


 그리고 우리는 그 카페에 왔다. 이야. 야. 야아- 에메랄드빛이구나 한국사람 많다-. 콜록, 콜록 코홀록. 


 ...문제는, 내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맥주를 매일 마셨다. 진짜 매일 한 병 두 병 씩. 호텔을 옮긴 어제는 맥주를 세 병이나. 


 치앙마이는 한국보다 한 20% 정도만 맥주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네 캔에 만원 하는 맥주를 치앙마이에선 다섯캔을 만원에 살 수 있다. 나는 그것도 싼 거라며, 또 오랜만에 해외여행에 왔으니, 또 한 학기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여러가지 이유를 붙여가며 치앙마이에 와서 매일 맥주를 마셨고, 5일째를 넘기며 탈이 난 것이다. 내 간은 매일의 음주에 휴식을 호소하고 있었고 그것은 아침에 무거운 몸과 갑갑한 기도의 감각으로서 인지되었다. 


 분명 맥주를 매일 먹어 감기를 부른 것은 나의 실책인데, 이 카페에 또 오게 된 것에 대해 나는 바깥양반에게 또 짜증을 냈다. 또 여길 왔니. 와서 애는 안보고 사진만 찍니. 나도 오늘 감기 와서 힘든데 일정을 이렇게 무리하게 짜야하니 등등. 물론 여기엔 바깥양반의 여행스타일이 나와 심하게 맞지 않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건강관리를 못한 나의 실책이다. 


 그런데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한 피자집은 더욱 날 힘들게 했다. 몸은 안좋은데 아이를 안고 이리 저리 걸어야 하고, 피자집에선 아이가 잠에 들어버렸다. 그래서 아기띠를 한 채로 피자를 먹는다는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작업을 해야했다. 그런데, 화덕이 홀 구석에서 열을 뿜는 피자집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고, 우리의 주문이 주방에 전달되지 않아. 30분 이상을 멍 때리다가 점원을 불러 이야기를 한 끝에 결국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체력은 점점 고갈되어갔고 짜증과바깥양반에 대한 원망은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의 낮잠시간을 챙겨줘야지, 애가 아기띠에 얹혀서 잠을 자게 일정을 짜면 어쩌냐며. 


 그러나 또 지나간 일인 것이라.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아이를 쉬게 한 뒤 호텔 풀장에서 수영을 했다. 감기가 심해서 쉬고 싶지만, 아이는 내 품에서 한시간여를 잤다. 이제는 팔팔하게 놀 시간이다. 다행히 저녁은 님만해민의 숙소 부근에서 가벼운 저녁 산책과 함께 힘들지 않게 먹었다. 내내 기침이 따라다녀 내가 대개 아이를 케어하는 부분에서 아이에게 침이 튀기지나 않았을지 걱정. 


 그날 저녁 바깥양반은 두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마라탕 비슷한 걸 시키더니만 한번 국물을 콕 찍어먹어보곤 나에게 넘겼다. 바깥양반은 태국 음식이 너무 맞지 않아 거의 매일 팟타이만 먹고 연명중이다. 


 물론, 그렇게 저녁을 먹어놓고 토스트집에 가서 포식을 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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