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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ug 22. 2023

남편이 요리를 잘하면.

그리고 바쁘기도 해서 말이지요

"아니, 저기요. 애기 반찬이잖아 그만 축내지?"

"아냐 나도 먹어. 더 내놔 멸치볶음 좀."

"어휴. 자."

"이거 또 해줘."

"어휴."


 언제나처럼-은 아니고, 조금은 드문 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해에서 올라와서 만든 멸치볶음으로, 한끼 식사를 바깥양반이 뚝딱뚝딱 하고 계시다. 


 아이 먹으라고 국산 보리새우 가장 잘은 아이들로, 그리고 남해 멸치로, 그리고 아몬드편으로 만들어서 상에 올렸더니, 멸치를 먹을 아이는 멸치 말고 김치, 김치를 먹어야 할 편식쟁이 바깥양반은, 김치 말고 멸치다. 둘이 바뀌어서, 중간쯤에, 멸치도 먹고 김치도 먹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반찬 통 하나를 거의 다 끝내갈 무렵에, 바깥양반은 이 반찬을 더해달란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아니, 그렇다기보단 멸치볶음을 내가 잘 못만드는 통에, 지금까지는 멸치볶음으로 바깥양반을 만족시켜드린 적이 없는데, 만족을 넘어서 아이를 먹일 생각보단 자기가 더 먹겠다고 멸치새우볶음을 광클하시니, 감사하고 기뻐할 일인가. 남편이 요리를 잘 하면 아내는 이렇게 뱃심 편하게 끼니를 채우는가.

 월요일 밤, 화 수 이틀간 밤 9시에야 집에 들어갈 예정이 잡혀있는 상태다. 그래서 이틀 간 저녁은 바깥양반이 아이와 단 둘이 해결해야 한다. 상반기엔 장모님께서 같이 집에 계셨으니, 두루두루 편하게 다양하게 저녁을 먹었던 바깥양반과 아이지만, 장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시는 기한이 끝나고 이제는 뭐든 둘이서 해결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러니, 저녁 한끼 맛깔지게 드실, 반찬 하나 만드는 것이 또 집 비울 사람의 도리. 


 남은 보리새우 탁 털어서 다시 팬에서 볶는다. 기름 없이 볶으면서 잔여물과 노폐물 등을 슥슥 태우고 털어낸다. 건새우 자체가 풍미가 워낙 좋은 식재료인데, 이렇게 건조한 팬에 볶으면서 그 향은 거의 입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터져나온다. 볶다가 날라간 새우 한 조각을 입에만 넣어고 확, 하고.

 새우를 볼에 담고, 가루를 헹궈낸 뒤엔 이제 멸치 차례. 남해 멸치가 달고 고소한 맛이 난다. 짜지 않아서 더 좋다. 원래 이런 멸치는 올리고당에 흥건하게 적셔서 먹게 되지만, 나는 바삭하고 건조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적으로 선호한다. 살짝 태우듯이 볶아서 식감을 살리고, 맛은 돋운다. 


 그리고 다시 팬을 헹군 뒤, 새우와 멸치를 한데 모아, 볶는다. 

 결혼으로 하나가 되어 산다는 것은 여간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결혼 6년 만에 나는 요즘 들어서야, 바깥양반이 좋아할만한 반찬들을 좀 해주고 있다. 반대편의 바깥양반께서는, 애가 애써 만들어준 밑반찬들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반찬들은 내가 직장에서 점심 도시락으로 소진을 했다. 왜 바깥양반은 내가 만든 반찬들을 먹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한 것이, 집밥 자체에 대한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실제로 지금까지 멸치볶음을 여러번 하고서도, 제대로 다 먹은 적이 드물다. 


 그러니, 바깥양반으로서도 하나가 되어 산다는 것은 힘들고 복잡한 일이었으며, 아이를 키우면서 서서히 적응해나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제, 바깥양반은 친정엄마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휴직이 끝나 복직으로 다소의 지친 몸, 빠듯한 여건에서 그것을 해야 한다. 서로간에 외출은 줄고, 남는 시간은 가족에 써야 한다. 


 그런 서로의 변화는, 흠, 이 보리새우와 남해멸치의 만남같기도 하군. 나는 우리 아이같은 아몬드 편 쪽을 우수수, 넉넉히 멸치새우볶음에 넣는다. 되직한 상태를 보아가며 기름을 조금 더 넣어 휘휘 돌린 뒤, 올리고당과 물엿을 적당히. 

"오빠- 이거 왜 나와있어?"

"식혀야지."


 멸치새우볶음을 만들고 나서 쉬면서 거실에 있으니, 바깥양반이 왜 반찬을 안넣어놓느냐, 묻는다. 식혀야지. 시간을 기다려야지. 


 뭐든 그런 것이다. 달구어야 할 때가 있고, 식혀야 할 때가 있다. 결혼 6년차, 우리의 생활은, 이제 달구어질 때가 아니라 식혀놓을 때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삶에, 글쎄, 새롭게 만들어진 반찬처럼, 또 이런 소소한 즐거움은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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