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필리핀의 민중교육의 경험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하다
나는 많은 훌륭한 문인들처럼 읽기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하여 이오덕 선생님의 세례를 나 또한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쉽게 쓰기의 철학이 "S-M-C-R-E"이라는, 말하는 사람, 말하는 내용, 말하는 방법, 듣는 사람, 전달된 메세지효과라는 다섯가지 요소가 작용한 것임을 알았다. 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를 듣는 누군가가 나의 의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춘 행동을 하길 바라기 때문에 의사소통이라는 행위를 한다. 말하는 내용이 무엇이든 우리는 "듣는 사람에게 원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쉽게 쓰기"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공동체성의 요체다.
교실과 칠판, 그리고 교사의 수업을 보자. 우리의 학교는 이러한 진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다. 현대 교육의 목표는 "수백년간 축적된 인간의 지식을 일정량 학습자에게 복제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산업이 발달된 선진국일수록 학생들에게 과도한 양의 지식을 주입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유를 억압하는데, 그것은 선진국들이 더 오래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축적해왔고, 지식양에 따라 사회 계층이 결정되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21세기인 오늘날에조차 교실 속에서 듣는사람(학생)들은 말하는 사람(교사), 말하는 내용(지식), 말하는 방식(수업)이 무엇이고 누구고 간에 모두 같은 전달효과(성적)을 강요받는다. 교육의 성과를 좌우하는 네가지 요인들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고 말이다.
<페페의 희망교육>은 짧고 쉬운 책이다 100페이지의 본편과 60페이지의 부록 분량에다가, 시각 자료가 두페이지 당 한페이지가 들어가 있어 마음 먹고 두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내용도 필리핀 민중교육의 경험을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으며, 비유와 육성을 통해 아주 쉽게 민중교육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내가 책을 보며 경탄한 것은, 민중교육이 대단히 깊이 있는 철학과 역사를 가진 교육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와 번역자들이 기꺼이 읽는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쉽고 친절히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실제 필리핀의 민중교육의 실천임을 즉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사들은 우리 학교의 복제체다. 학교가 정체되고 배움에서 멀어져있는 만큼 교사들도 정체되고 배움과 거리가 멀다. 힘을 들여 함께 책을 읽고 세상과 교육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는 교사들의 경우 대체로 자기 주관이 강하다. 우리 교육은 그런 사람들을 주로 길러내왔기 때문이다. 소통이 어렵다. 아마 상대방도 나를 보고 소통이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어느쪽이 멍에를 매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의 실천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다.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아온, 높은 곳에서 자신의 교육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아 온 교사가 민중, 즉 가장 낮은 곳의 학습자(성인을 포함한)들을 위한 교육의 패러다임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대한 요인이다.
깊은 철학과 즉각적인 실천의 방안이 담긴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느 교사들에게나 안성맞춤이다. 특히 지금 나에게는 매우 고맙고 반가웠다. 내가 속한 배움공동체가 지금 대대적인 조직변화의 기로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의 목표 또한 민중교육의 길과 맞닿아 있기에 책이 주는 가르침들을 여럿 활용할 수 있겠다. 물론 혁신교사들 뿐만 아니라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누구에게라도 알토란 같은 책이다. 필리핀 민중교육의 경험이 이끌어낸 교육의 통찰, 그 중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 학습자 중심의 교육, 연대를 통한 다양성 회복이라는 명제가 그 어떤 시대라고 허투루 다루어지겠는가?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보듯 편안하게 책을 읽다 보면 필리핀의 민중혁명의 과정에 대해 궁금해지고 민중교육운동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인터넷을 찾다가 마저 책을 읽으니 이런, 부록이 바로 그 내용이다. 필리핀의 역사와 민중교육의 철학. 보통의 사회과학서라면 이들을 통합하여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며, 논증을 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핵심주제를 시각자료와 함께 앞으로 빼내고, 서사와 맥락을 뒤로 빼서 다시 본편의 내용을 환기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것이 이른바 "쉽게 쓰기"의 모범사례 아닐까. 12월을 마감하고, 3월을 시작하는 연말에 주변 여러 교사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도 소개하는 현대의 성자 크리슈나 무르티의 철학 엣센스를 소개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평생의 성찰이 단 한쪽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지식은 과연 어떤 수준이고 얼마나 많아야 할까? 우리는 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크리슈나무르티 가르침의 핵심 -- The Core of Krisnamurti's Teaching
The core of Krishnamurti's teaching is contained in the statement he made in 1929 when he said "Truth is a pathless land."
크리슈나무르티 가르침의 핵심은, 그가 1929년에 "진리는 길이 없는 대지다"라고 한 말 속에 들어 있습니다.
Man cannot come to it through any organization, through any creed, through any dogma, priest, or ritual, nor through any philosophical knowledge, or psychological technique.
인간은 그 어떤 조직이나 믿음이나 교리나 의식으로도 진리에 다가갈 수 없으며, 또한 그 어떤 철학적 지식이나 심리적 기술로도 안 됩니다.
He has to find it through the mirror of relationship, through the understanding of the contents of his own mind, through observation, and not through intellectual analysis or introspective dissection.
그것은 관계의 거울을 통해서 자기 마음의 내용물을 이해함으로써, 관찰을 통해서 되는 것이지, 지적인 분석이나 내관의 해부를 통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Man has built in himself images as a sense of security -- religious, political, personal. These manifest as symbols, ideas, beliefs. The burden of these dominates man's thinking, relationship, and daily life.
인간은 자신이 안전하기 위하여 내면에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개인적인 이미지들입니다. 이것들은 상징이나 관념이나 신념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지워진 짐들이 인간의 생각과 관계와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These are the causes of our problems, for they divide man from man in every relationship. His perception of life is shaped by the concepts already established in his mind.
이것들이 인생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모든 관계에서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기 때문입니다. 삶에 대한 감응이 자기 마음 속에 이미 만들어진 개념들에 의해서 왜곡되는 것입니다.
The content of his consciousness is this consciousness. This content is common to all humanity. The individuality is the name, the form, and superficial culture he acquires from his environment. The uniqueness of the individual does not lie in the superficial but in the total freedom from the content of consciousness.
인간 의식의 내용물이 바로 그 의식입니다. 이 내용물은 모든 인간들에게 공통적입니다. 그러면 개인성이라는 것이 그 이름, 생김새, 그리고 자신이 습득하게 되는 피상적인 문화로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개인의 유일성은 그러한 피상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의식의 내용물로부터 완전한 자유에 있습니다.
Freedom is not a reaction; freedom is not choice. It is man's pretense that because he has choice he is free. Freedom is pure observation without motive; freedom is not at the end of the evolution of man, but lies in the first step of his existence. In observation one begins to discover the lack of freedom. Freedom is found in the choiceless awareness of our daily existence.
자유는 반작용이 아니며 선택도 아닙니다. 선택할 수 있어서 자유롭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자유는 동기가 없이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란 인간 진화의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자가 존재의 첫걸음에 있습니다. 그러한 관찰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지 못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유는 일상의 존재를 선택없이 알아차리는 데에 있습니다.
Thought is time. Thought is born of experience, of knowledge, which are inseparable from time Time is the psychological enemy of man. Our action is based on knowledge and, therefore, time, so man is always a slave to the past.
생각은 시간입니다. 생각은 경험에서, 지식에서 나옵니다. 그것은 시간과 뗄 수 없습니다. 시간은 인간의 심리적인 적입니다. 우리의 행동은 지식에 근거를 두고 있기에 시간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인간은 언제나 시간의 노예인 것입니다.
When man becomes aware of the movement of his own consciousness he will see the division between the thinker and the thought, the observer and the observed, the experiencer and the experience. He will discover that this division is an illusion. Then only is there pure observation, which is insight without any shadow of the past. This timeless insight brings about a deep radical change in the mind.
인간이 자기 의식의 흐름을 알아차리게 될 때,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의,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경험하는 사람과 경험의 분열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분열이 환상이라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라야 순순한 관찰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떠한 과거의 그림자도 없는 통찰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성 없는 통찰로 인간의 마음에는 깊고도 급격한 변화가 생깁니다.
Total negation is the essence of the positive. When there is negation of all those things which are not love -- desire, pleasure -- then love is, with its compassion and intelligence.
전부 다 부정하다 보면 바로 거기에 긍정적인 것이 있습니다. 욕망이나 쾌락 따위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들을 부정하게 되면, 거기에 자비와 지성을 듬뿍 지닌 사랑이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oshofriends.net/index.php?mid=krishnamurti_talks&document_srl=10115&listStyle=vie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