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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Sep 25. 2023

으아니 내가 거북목이라니

건강한 몸 되찾기

 1년에 딱 한번 혹은 두번, 드물게도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외박을 한다. 그리고 리조트의 객실 안, 통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니 이렇게 거북목이 진행되어 있다니. 원래 나는 운동을 꽤 오래 꾸준히 해서 거북목 따위 일정 걱장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전신을 움직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버릇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허리는 곧아지고 등은 펴진다. 좌우의 신체 밸런스도 점차 좋아진다. 감기에 일절 걸리지 않는 면역력의 향상은 덤이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이어진 아내의 임신과 출산, 육아의 소용돌이 덕분에, 결정적으로 대학원 공부가 시작되면서 미친듯이 바쁘게 살게 된 결과로, 나는, 햇수로 어언 3년여를 운동을 놓아버렸다. 코로나 초기에 사둔 아령에는 먼지만 쌓였다. 이따금, 밤에 조금 여유가 난다 해도 거실은 장모님의 차지였고 내 방은 아내의 워킹 머신으로 자리가 남지 않았다. 주방 한켠에서 애처롭게 아령을 붕붕 휘두르다가, 나중에 하자며 넣어둔 것이 퍽 오래다. 


 그러니, 내 쪼그라든 등과, 굽어진 목은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결과일 것이다. 거기에 덤으로 나는 잦은 토막잠으로 가슴 통증을 2년 넘게 달고 있었다. 여름 휴가를 보내며 많이 자고 많이 쉰 덕에 조금 통증이 가라앉았는데, 올해, 만으로 마흔이 되었으니 생애 첫 종합정기검진이다. 아내도 아버지도 제대로 검진을 받으라 신신당부다. 청년 시절의 왕성한 활력은, 이제 장년의 입구에 그리 좋지 못한 성적표로 다가와 있다.


 그러던 중, 이제 장모님이 육아를 도와주시러 오지 않아 거실이 좀 한적해졌다. 여름휴가를 다녀오며 생각도 좀 정리가 되었다. 할 일과 하고픈 일을 가렸고, 내 목표도 뚜렷하게 정했다. 여기에, 아침, 혹은 밤 시간에, 10분 여 정도 운동만 하더라도 훨씬 건강한 몸을 가꿀 수 있으리란 것을 나는 안다. 


 정말로 오랜만에, 20kg짜리 덤벨을 양 손에 들었다. 이게 올라는 갈까, 걱정하며 억지로 몸을 기울이고 회전력을 동원해가며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런데 아, 의외로 된다. 정석으로 하려면 죽어도 되지 않지만, 반동을 주면서는 얼추 된다. 20kg의 고중량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어깨 운동은 덤벨프레스가 고작인데, 그것도, 어 얼추 된다. 아이가 12kg을 넘어가기 시작했는데, 2년 동안 열심히 아이를 업고 안고 다닌 덕일까. 의외로, 근력은 줄지 않았다. 나는 그야말로 오래간만에 즐거움을 느끼며 집에서 간단한 운동을 했다. 


 아이가 이제 제법 뛰어다닐 줄도 알고, 어른이 오르는 사이즈의 계단도 손을 짚지 않고 걷는다. 집 뒤의 산에 함께 데리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금새 크니까, 내년 봄 쯤 되면 안전한 길로 아이를 걷도록 하며 같이 산책도 데려갈 수 있을 터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내 건강을 되찾을 방법은, 이렇게 하나 둘 트여간다. 마침, 스스로 그런 추세를 가늠하던 시기에 내 목의 굽은 상태를 목격했으니, 나는 더욱 내 자신의 신체 상태를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아침 저녁 토막 운동이라도 하기로 했다. 


 하루 10분의 "땀이 날 정도의 가벼운 운동"만 지속하더라도 심장병의 발병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서른살, 한참 생기 넘치던 건강한 내 몸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 건강에 대해 늘 과신했다. 그 결과 30대에는 한 해에 한번 걸릴까 말까하던 감기도 벌써 서너번은 걸렸다. 마음만 앞섰지, 전혀 운동에, 건강에 신경쓰지 않은 결과다. 


 앞으로도, 나의 생활에 빈틈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하는 나이, 그런 생애기로에 접어들었다. 그런 나의 삶의 순환궤도에 운동은, 밥상에 숟가락을 놓는 것처럼 지당한 것이 다시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냥은 두어선 살아지지 않는다. 나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과신은 접어두고 항상 돌다리 두들기는 심정으로, 더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내 몸을 관리해야 한다. 


 거저 거두어지는 결실이란 없는 것이니 언젠가 지금의 후회와 반성이 뿌듯한 보람으로 돌아올 시간이 될지라도, 그 사이엔, 마치 모래알처럼 그득한 땀이 바닥에 깔려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와 에버랜드에 다녀온 주말의 늦은 밤, 충분히 몸을 움직인 뒤 두유 하나를 먹곤 샤워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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