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이상

by 김정현

아이러니하게도

바리스타는 최고의 커피 한 잔을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한 맛있음을 추구하는 편이죠.


물론 항상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진 않습니다.


때로는 성에 차지 않아,

10잔, 20잔 맛을 보다 보니

1kg 원두를 홀랑 써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사실 괜찮은 커피였음에도

내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날의 수질이 추출에 정말 안 좋은 날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로스팅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생두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환경 탓을 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굉장히 한정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바리스타들이 환경을 탓하기보단,

지나간 과정을 되짚어 보고, 문제점을 확인해 봅니다.


오늘의 커피에 대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혹은 단골손님에게

맛이 어떤지, 혹시 평소와 다르지 않은 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좋은 정수필터를 장착하고, 수질을 측정해 보기도 하죠.

추출한 커피의 농도나 수율도 측정해 보고

커핑과 같은 다른 방식으로 맛을 확인해 보기도 합니다.


물론, 나태해지는 날도 있곤 합니다.


수질이 문제고, 로스팅이 문제고,

나는 충분히 노력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그런 날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꽤 많은 날들이 그럴 겁니다.


사실 이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힘든 상황이지만,

그렇기에 더 노력할 때도 있지만,

그렇기에 포기해 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는 웃어넘기지만,

내 실수는 꼼꼼히 돌아볼 때가 있고

내 실수엔 관대하지만,

다른 사람의 실수는 크게 나무라게 될 때도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 단정할 수 없을 때,

관대하게 사과를 먼저 할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사과를 받고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 이상적인지 알고 있지만, 이상일 뿐입니다.

다만,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날이 많아질 수 있게 노력할 뿐이겠죠.


바리스타는 최고의 한잔을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한 맛있음을 위해 노력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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