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
사실,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일은
손님이 주문을 하기 전에 마무리됩니다.
그렇다고 저희끼리 맛있는 커피 마시고,
손님들한테는 아무거나 준다는 건 아니고요.
오픈을 하기 전 혹은 교대를 하거나,
한바탕 러시가 끝나고 나서 등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일은
하루동안 몇 번 이뤄지게 되는데요.
보통 우리는 이걸 세팅을 잡는다고 얘기를 합니다.
한 잔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원두의 양을 확인하고,
그것을 이용해 추출해 낼 커피의 양과
원하는 커피의 양이 추출되기까지의 시간을 확인한 뒤,
맛을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맛을 위해
사용할 원두의 양을 조절하기도,
추출할 커피의 양을 조절하기도,
추출시간이나, 분쇄도를 조절하기도 하며,
맛을 확인하는 과정들이 반복되게 되죠.
맘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수치를 기록하면,
손님들이 주문했을 땐,
이 수치에 맞추어 추출을 진행할 뿐입니다.
그래서 세팅을 잡는 과정은
바리스타로서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 과정인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정해진 원두 양을 이용해 정해진 추출시간 동안
정해진 양의 커피를 뽑아낼 뿐,
맛을 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카페를 창업하신 많은 분들 역시,
세팅을 잡는 과정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세팅을 잡는 동안 쓰이는 원두는 사실 모두 로스이기에,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팅은 당연히 잡아야 되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데 저도 사실 당연한 일들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고마움에 감사를 표하고,
미안함에 사과를 전하고,
잘한 일에 칭찬을 해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누구나 당연하게 하는 그런 표현들을
저는 잘 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세팅을 잡는 카페나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멋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바리스타로서 당연한 일들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다른 당연한 일들도 잘 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