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acidity

by 김정현

커피는 말이죠.


올해의 사과가, 딸기가, 수박이

기후 영향으로 당도가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고,

당도는 높은데 향이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새로운 품종이 재배되어

하얀 딸기, 노란 사과, 노란 수박이 나오기도 하듯이


커피도 하나의 생물이며 식물입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 여러 지역, 여러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고,

생산성이 높거나, 병충해에 강하거나,

생산성은 높지 않지만 향미가 뛰어나거나 하는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품종들 있으며,

기후에 따라 재배가 잘 되기도, 잘 되지 않기도 합니다.


원육을 선별/도축하고,

필요에 따라 숙성을 시키기도 하며,

불에 익혀 먹기도 하고,

물에 끓여 육수를 내기도 하듯이,


커피도 음식이고, 하나의 조리과정입니다.


열매를 선별/수확하고,

워시드, 내추럴, 허니, 무산소, 탄소침용 등

원하는 맛을 위해 그에 맞는 발효를 진행시키며,

그렇게 잘 건조한 생두를 불에 익히고,

물과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원하는 맛을 만드는 것 까지가

한 잔의 커피가 나오는 과정들입니다.


저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맛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그 맛있는 커피들은 보통 산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나는 산미 있는 커피는 맛이 없던데?'

'사실 맛있다는 것도 주관적인 거 아닌가?'


맞습니다.

맛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산미 있는 커피가 맛있지 않게 느껴진다면,

입에 맞는 커피를 드시면 돼요


하지만 산미가 없는 커피에는

커피가 식물이기에 갖는 특징들이나

조리과정으로서 선별/수확하고, 발효를 하는 노력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강한 로스팅으로 인해 생기는 슈가브라우닝 계열의 향미가

커피 전체 향미를 지배하기 때문에

결국엔 조미료와 양념장으로 맛을 내기에,

굳이 좋은 재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그런 음식 같은 것이죠.


하지만,

어렸을 땐 달콤하고, 짭짜름하고, 자극적인

그런 음식들이 좋다가도,

다양한 맛에 대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 재료의 특징들이 잘 살아나는

그런 음식들이 좋아지듯이,


커피도 결국엔 생두가 가진 특징들이 잘 살아나는

그런 커피들이 맛있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특징들이 잘 살아나기 위해서는

생두에 너무 많은 열이 가해지면 안 되고,

그래서 로스팅이 약해지다 보니,

산미 있는 커피에서 생두의 특징들이 잘 살아나게 됩니다.


이제 산미 있는 커피가 좋다는 말에 조금은 설득력이 있었을까?


참고로,

좋은 재료와 재료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양념갈비나, 라면이나, 떡볶이나, 닭볶음탕 같은 음식을 같이 좋아할 수도 있듯이,

저는 산미 없는 커피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