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단상들

나란 사람을 이해해보자. 그리고 보살펴 주자

by 커피맥주

1) 호기심 많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나는 호기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풀 마라톤을 뛰게 된 계기도 단순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난 뒤의 느낌이 어떨지, 그게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그 기분을 한번 알고 나니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다. 일본에서의 풀 마라톤은 어떨까? 독일에서의 마라톤은 또 어떨까? 아마 이런 호기심 때문에 여기저기서 또 달리기를 시작할 것 같기는 하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를 새로 시작해 아는 것은 좋아하지만, 진득하게 하나를 깊게 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소위 '조금조금씩 다 할 줄은 아는데 깊이가 없는' 스타일이다.
아이들을 기를 때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폭넓은 경험은 주었지만, 뭐 하나를 진득하게 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아이들의 몫이었다. 본인이 더 하고 싶었다면 계속해서 배웠겠지.

2)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가 올해 뭘 한 게 없어? 많이 했지"
사실 이만큼 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되게 희한하고 대단한 일인데 말이다. 가끔 아나운서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가는 걸 보면 참 부럽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연극도 하고 가수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그 용기가 부럽다.
나도 일을 그만두게 되면 하고 싶은 게 많다. 연극도 하고 싶고, 셔플 댄스나 디제잉, 기타와 피아노도 다시 배워보고 싶다. 실용성만 따지지 않고, 예쁘고 폼나게 옷을 입고 싶은 욕구도 있다. 내 옷을 사는 즐거움, 그것 또한 포기할 수 없다.

3) 인문학, 그리고 돈과 시간의 딜레마
살수록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 깨닫는다.

미술 작품을 봐도 감흥이 덜하고, 운동을 해도 실력이 쑥쑥 자라지 않는 게 참 아쉽다.

만약 나에게 시간이 많다면 책을 실컷 읽고 싶고 미술, 음악, 뜨개질 같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을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지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벌 수 있을 때 버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걸 시도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젊어서 돈을 많이 쓰면 나이 들어 돈이 없을까 봐 걱정이지만, 글쎄... 평생 안 사고 살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호기심은 많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다. 시간을 벌려면 또 돈이 필요하다.

영원한 숙제다.

4) 한국에서 태어난 이방인
내가 작가가 될 자질이 있을까? 별로 그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은 재미가 없다. 그래도 진솔함 하나는 있다.
나는 내가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한국에서 태어난 이방인 같달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늙음에 대한 회한, 두려움, 그리고 무언가 최선을 다해서 잘해내야만 얻을 수 있는 칭찬과 열망... 나는 이런 것들이 참 부담스럽다. 늙음이 혐오스럽고 젊음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면, 나중에 진짜 나이가 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머리가 하얘지고 늙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60, 70이 되어서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보단, 나이에 맞게 늙어가고싶다.

나는 황신혜처럼 보이기보다 김혜자처럼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 더 좋다.

5) "최선을 다해"라는 말의 불편함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경과 칭찬도 불편할 때가 많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보면 모두가 달리기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굴었다.

공부 잘하는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왜 모두가 만능이어야 할까.
"왜 최선을 다하지 않냐"라고 묻는데, 내가 왜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하기 싫은데, 잘 못하고, 딱히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내가 잘하고 싶은 건 다른 곳에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못하지만, 계속 꾸준히는 한다.

이 정도면 나에게는 굉장히 꾸준한 거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 스스로가 너무 기특하다.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매 순간 다 열심히 살 필요는 없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나의 해방일지>보다 더 와닿았던 이유도 비슷하다.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대사처럼, 그냥 바람처럼 살다 가면 되는 것이다.

6) 기도와 다짐
오늘 중요한 과제를 하나 제출하려고 한다. 되면 너무 좋겠지만, 혹시 안 되더라도 나에게 다른 기회를 주는 거라 생각하고 또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하느님, 저는 내일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떤 큰 섭리가 있다고 믿어요.

살면서 깨닫게 되는 변하지 않는 진리 같은 것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또 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아프기도 해요.
그런 아픔이 내가 아는 내 사람들에게는 없기를, 혹시 있더라도 잘 털고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렇게 한 걸음 내디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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