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베이스 캠프

이제는 뒤에서 지켜보면 된다. 앞에서 리드하지 않기.

by 커피맥주

나는 아이들에게 베이스 캠프가 되고 싶다.


베이스 캠프는 킬리만자로나 에베레스트 같은 마지막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중간에 차려지는 캠프다. 그 베이스 캠프, 어느 정도 워밍업을 하고 산에 오르기 위해서 누구나 다 갈 만한 높이의 그러한 훈련을 거쳐서 베이스 캠프에 다다르게 되면 이제 마지막 고지를 향해 가기 위해서 짐을 정비하고 그곳에 텐트를 세운다고 알고 있다.그리고 마지막 정비를 하고 꼭대기 정복을 하기 위해서 올라갔다가 혹여나 날씨나 체력 등의 이슈로 올라가지 못할 때에는 다시 베이스 캠프에 와서 정비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그런 뒤에 다시 도전을 하는 그런 곳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성심성의껏 키웠다.박사과정까지 공부를 하고, 전문직으로써의 일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두 아이를 키워내는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때에는 아이들을 혼내기도 하고 매몰차게 몰아붙이기도 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많이 다그쳤던 것도 같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였기에 많이 서툴렀다.


그렇지만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상 나는 최대한 그 아이들의 삶을 앞에서 이끌기보단 뒤에서 지켜보려는 노력을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부모의 역할은 베이스 캠프와 같지 않을까?

아이들은 부모 곁을 떠나서 훨훨 날아다니면서 부모눈치안보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도전해 보고 싶은 거 도전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가야 한다.


나는 스무살 성인이 되어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한다.경제적인 독립을 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정서적인 독립, 본인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 등은 성년이 되었을 때부터 가질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실패를 하게 될 것이고 실망을 하게 될 것이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럴 때에 아이들이 부모의 집에 와서 쉴 수 있다면 기꺼이 쉬고 싶다면, 부모가 기꺼이 그 품으로 받아줄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뭔가를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직장에서 잘렸다거나 아니면 뭔가를 도전했는데 끝없이 실패를 한다던가. 그래서 몸과 마음이 지쳐서 쉴 곳이 필요할 때에는 부모의 집에 들어와서 쉴 수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꺼?


그리고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럴 정도의 부모로서의 다정함, 품위, 경제적 능력, 시간적 여유가 우리 부부에게 앞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건강하고 뭔가를 열심히 할 때에는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면서 하고, 아이가 지치고 힘들 때에는 어느 곳보다도 부모의 곁이 생각나고, 집이 생각나서 부모 곁에 와서 쉬었다가 다시 재충전을 해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부모가 있는 그런 집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그런 부모였으면은 좋겠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너무나 사랑으로 키워주셨지만, 나에게 정서적 베이스 캠프가 되어주진 못하셨다. 예전보다 젊은 세대가 살기 힘들어진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뒤를 지켜봐주는 베이스 캠프가 되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