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느리게 달리고 있어요

운동으로 내 마음 위로하기

by 커피맥주

벌써 6년차 러너이다.

내가 왜 달릴까?

달리기를 통해서 얻고 싶은 건, 마음 달리기인것 같다. .


나는 체중도 많이 나가고 다리도 짧고 순발력이나 어떤 테크닉적인 운동 신경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사람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체육 시간이 가장 싫었고, 다른 과목은 다 한 개 틀리고 100점 맞고 했어도 늘 내 평균을 깎아먹는 과목이 체육이었다. 체력장도 너무 형편없고, 오래 매달리기 1-2초, 멀리 던지기 10미터, 이런 정도의 운동신경.

피구를 하면 공이 무서워서 울고, 반단체운동을 하면, 아예 응원단으로 빠져버리는, 그런 나에게는 운동이라는 건 너무나 먼 일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지금도 공을 이용하는 운동, 순발력, 테크닉이 필요로 하는 운동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

그런데, 달리기는 다르다.

그런 나도 달리기를 5년이상 오래도록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거는 달리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별다른 테크닉이 필요하지도 않은 운동이기도 하지만, 달리기는 나에게 있어서는 운동보다 명상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가부좌 트고 앉아서 허리 꼿꼿이 하고 머리를 비우고 뭔가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그러한 명상을 생각을 하지만 명상의 가장 기본은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리는 것.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달리기만큼 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순간이 없다.

달리기 할 때만큼은 온전히 나의 몸과 나의 생각에 집중이 된다.

내 호흡이 지금 어떠한지, 내 왼쪽 다리는 어떤지, 내 오른쪽 다리는 어떤지, 내 심장 박동은 어떤지, 내 머릿속은 어떤지 등등 나의 온몸 달리는 내내 내 온몸을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1시간, 2시간 달리면 지루하지 않냐라고 얘기를 하지만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다. (물론 지루하고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는 건, 달리는 내내 오늘은 내 왼쪽 다리가 좀, 왼쪽 발바닥이, 왼쪽 종아리가 좀 이상하네. 어제 이상했던 내 오른쪽 다리는 오늘 좀 괜찮네. 내 호흡이 지금 너무 빠르구나 너무 느리구나, 내 보폭이 너무 느리구나 빠르구나, 내 심장이 오늘은 좀 견딜 만하네 오늘은 심박수가 높은데도 괜찮은 거 같네 등등 내 온몸을 머리가 오늘은 좀 안 아프네 등등 내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훑고 생각을 하면서, 나를 구석구석 그 순간 알아차리게 된다.

어떤 특별한, 그 순간의 삶의 고민을 달리는 동안 한다기 보다는 그렇게 내 온몸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 이후에 내 머리속 고민은 확 줄어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나는 평소에 인사이드 아웃의 불안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에 대한 연민이 강한 사람이다. 늘 미래에 쓸데없는 걱정까지도 많이 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도 많다.

주변 지인들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내가 하고 싶다고 걱정이 안 되고 불안하지 않은게 아니다. 그냥 그것도 역시 나이다.

그냥 저절로 걱정이 되고 저절로 불안하고 저절로 후회가 되고, 저절로 과거에 어떠한 것이 상처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가 기억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런 게 나는 너무 많았다. 어려서부터 지금도 그렇고 그렇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을 하지만 자발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 스스로가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향한 나의 이 연민이, 지금의 나를 망치는 걸 알면서도, 멈추기가 어렵다.


그럴 때 달리기를 하면, 그게 가벼워지고 그런 불안감이 사라지는 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달리기는 나에게는 체력적인 어떤 유산소 운동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또는 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그 무엇이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살아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