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어서 뭐하나. 우리집에 이모님들 모시기.
워킹맘들의 3대 이모님.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세탁기.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20여년전 미국에서 카드회사 사은품으로 받은 로봇청소기는....멍청했다...
툭하면 멈추고, 헛돌고, 엉뚱한데 가있고....그렇게 버려진 아이...
그러다 얼마전 아는분 소개로 다시 구매하게 된 로봇청소기..요새 매일매일 돌린다...내 반려견같다...내가 출근한 뒤에 빈집에서, 내 일을 대신해주는 유일한 친구..시키면 재깍 하고. 중간중간 엉뚱한짓해서 심심치않게 해주는 친구.청소후 꽉채워진 먼지통을 보면서 나를 뿌듯하게 해주는 친구.
혼자서 알아서 빙빙 돌아다니고 있는 로봇청소기를 보고 있자면....위로가 된다.내가 혼자가 아닌 듯한 느낌으로, 나의 일을 덜어주는 존재로 위안이 되어 주면서, 참 이상하지...너의 자발적 청소가 큰 위로가 된다.
가끔 한가한 주말이면, 하루종일 세탁기를 괴롭히면서 지내곤 한다. 내가 직접 주물러 빠는 것도 아닌데, 세탁기가 돌아가면 왜 이리 뿌듯한지 말이다.
지금 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주방베란다에 싱크대를 하나 설치하였다.
구부려 걸레빠는것도 싫고 이런저런 잡스런 싱크대 쓸일이 많으니 그런것들을 하기 위한 보조주방같은 역할로 말이다.
원래 베란다 수도는 부엌과 베란다 사이 내벽에 있는데, 그걸 베란다 바닥 미장 공사할때 끌어다가 완전 바깥 외벽을 타고 50센티 정도 타고 올라가 수도를 설치한후, 싱크를 설치하고 세탁기를 연결하였다.
작년엔 무사히 잘 지나갔는데, 올해는 정말 추운지 그 수도가 얼었다.
일부러 수도를 안쓰고 있다가, 주말에 몰아서 이불빨래, 밀린 엄청난 빨래 등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물이 안나오는거다....ㅠㅠ
사람을 부르려 해도, 드라이로 말리는 수밖에 없어서, 올수가 없단다.
그마저도 안되면 좀 따뜻해지길 기다리던가 하는 수밖에 없는거다...
너무 속상했다....밀린 빨래를 보는것도 심란하고, 왜 저렇게 공사를 해서, 이 난리인가도 싶고, 올해 겨울은 왜이리 추운가도 싶고, 왜 남편은 이럴때 아무것도 못하는가 싶기도 하고....ㅠㅠ
회의가 있어 토요일오전에 나가버린 남편을 기다리기엔 답답해서, 내가 나섰다.
방법은 간단.
1. 드라이어로 수도꼭지 부분을 녹인다.
2. 그게 안된다면, 관이 얼었다는거...기다리는수밖에 없다.
3. 평소에 물을 졸졸 흐르게 해두어야 한다.
드라이어 위치를 고정한뒤, 외벽따라 있는 관에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선 온수관...외벽 아래...드라기어로 5분?여 2번...그리고 싱크대 서랍장 안쪽에 보이는 수도꼭지 부분도 5분여 2번 하니.....온수 뚤렸다. !!!
완전 사막에서 물본 심정....
똑같이 냉수관 공략...역시 잘 뚫렸다. ....
온수, 냉수, 모두 잘 나오니, 수도도 맘대로 쓰고, 세탁기 돌리기 시작했다..
평소엔 좀 시끄럽다 들릴수 있던 세탁기 소리가 어찌나 좋은지....그 소리에 감사함이 절로 솟았다...관이 언것이 아닌거 어디야....코인빨래방 안가도 되니 얼마나 다행이야...(그곳도 난리란다...) ......맘껏 하루종일 빨래를 돌렸다...
세탁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서, 인생에 대한 감사함이 쌓인다.
새로운 이모님들을 모실때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