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풀마라톤을 도전해 볼만한 이유

2025 서울마라톤

by 커피맥주

2025년 3월 16일, 내 세 번째 풀 마라톤인 2025년 서울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했다.
풀 마라톤을 한다는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지만, 또한 아무나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풀 마라톤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누구나 풀마라톤을 한번쯤은 해보길 권하는 이유들이기도 하다.


첫 번째. 노력한만큼 얻어지는 정직한 보상.
살다보면, 세상 일이 노력을 한 만큼 그 모든 것이 다 원하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사회생활에서 노력을 했어도, 그게 모두 좋은 대학, 승진, 월급 등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마라톤은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로 보여주는 세상에 몇 안 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어떤 꼼수나 상대방이 누군지나 주변 환경 등등에 좌우 되지 않고 오로지 그동안 내가 한 훈련의 양이 결과로 이어진다. 그동안의 훈련이 성실했다면 결과도 크게 배신하지 않고 그 결과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풀마 결과가 좋은 사람들을, 그리고 기록에 상관없이 풀마라톤 완주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게 된다. 그들이 한 노력이 없이는 완주조차 힘들다는걸 알기에, 어쩌다 우연히 운이 좋아 풀마 기록이 좋을 수 없다는걸 알기에, 가슴속 깊은 축하를 보낼 수가 있다. 사실 하프마라톤 정도는 별다른 훈련없이도, 오기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풀마는 어느정도 이상의 훈련없이는 정말 힘들다. 혹여 훈련없이 달렸다 하더라도, 그경우, 신체적 휴유증이 매우 크다.

두 번째.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

처음 10킬로미터(k)를 달리면 8k쯤 너무 힘들다. 정말 너무 힘들다. 그러다가 하프 달리기를 하게 되면 8k는 쉽게 넘어가고 18k쯤부터 힘들다.그러다 풀마라톤을 하게 되면 한 30-35k까지도 비교적 괜찮다. 그런데 또 마지막 38k 부근이 엄청 힘들다. 풀마를 달려본 사람도, 오늘은 10km를 달려야지 하면 늘 10k가 즐거운 게 아니다. 물론 즐겁게 달리기를 마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8k쯤부터 힘들고 지루해진다. 그런 걸 보면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힘든 시점이 달라지고 내가 항상 끝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마지막 10% 부근에서 힘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늘 마지막 즈음에, 이제 곧 끝나는데 왜 이렇게 안 끝나지? 란 마음이 들면서 힘들어지는 거다. 그때 느끼는 게, 내가 마음먹은대로, 내 정신이 내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살면서도, 내가 정말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내 마음만 잘 컨트롤하면 덜 힘들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풀마를 달릴 때도, 평소의 훈련이 중요하지만, 당일 마인드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다. 25k까지는 그냥 웜업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달리다가, 이후 10k는 이제 좀 달려볼까..란 마음으로, 그리고 마지막 진짜 몸도 마음도 힘든 7k를 쥐어짜서 달려야 한다. 처음부터 힘이 들어가서, 오늘 42k를 제대로 달려야해 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정말 더 힘들다.

세 번째. 함께라는 가치의 소중함.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해내야만 하는 운동이다. 누가 도와줄수도 없고, 대신 해 줄수도 없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외롭게 나 혼자 달리고 있을 때, 주로에서 건네주는 화이팅, 그리고 막바지에 정말 너무 힘들어 죽겠을 때에 목청높게 파이팅 해 주고, 때로는 옆에서 같이 달려주면 정말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화이팅을 힘차게 외쳐주면 정말 그 순간 내 몸의 고통이 사라지면서, 다시 또 몇 백 미터는 멀쩡하게 신나게 달릴 힘이 생긴다. 그 경험을 해보면, 내 삶을 응원해 주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한명이라도 있다면, 힘든 삶도 같이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스쳐가는 한마디라도, 누군가의 응원이 이렇게 힘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네 번째. 누구보다 나의 도전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인 가족의 소중함.

평소 아내 또는 엄마라는 존재가 땀흘리면서 운동하는 장면을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아내/엄마가 땀 흘리면서 정말 힘들게 풀마라톤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남편이나 아이들이 굉장히 존경의 눈빛과 응원 그리고 그 힘듬을 위로해 주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대단하다 여겨주고 하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다. 워킹맘 위주의 우리 크루들을 보면, 너무 힘들게 풀마라톤 피니쉬 라인을 들어온 엄마를 보면서 울음이 터뜨린 초등학교 딸도 있고, 그 힘듦을 꼭 껴안아주는 남편도 있고, 플랭카드를 걸어주고 응원도 해주고, 대회날 아침에 데려다 주고 끝나고는 데리러 와주기도 한다. 늘 시험성적, 학원스케줄, 돈얘기만 주로 하던 가족간에, 신선한 주제가 던져지게 된다. 평소 가정내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내/엄마를 홀겨보던 남편이나 아이들이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서로 끈끈함을 느끼게 해주는 몇 안되는 소중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다섯 번째. 내가 기특해지는 셀프만족감.

풀마라톤 도전을 굉장히 두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서브 3, 서브 4를 하려면 굉장히 많은 훈련량이 필요하고, 그래서 풀마라톤 도전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꾸준한 훈련을 하면 5시간 내외로의 완주는 할 수가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 어떤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그 과정을 해 낸다는게, 성인이 돼서 해보기가 어려운 경험이다. 그런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보통은 밥벌이에 도움이 된다던가, 어느정도 의무로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던가, 누군가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 한다던가 하는 이유들이 있다. 그런데, 풀마라톤 도전이라는건, 아무도 시키지도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기엔 너무 힘든 도전이다. 그런데, 온전히 내가 풀마라톤 완주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해봤다는 것, 남들이 시키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거, 그런 것들이 나 자신에게 굉장히 기특한 감정을 준다. 나 참 기특하고 잘했어.란 진심어린 셀프 칭찬.

그래서 모두가 한 번쯤은 풀마라톤을 도전해 보길 바라고, 한 번 도전해 본 사람은 한 번에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젊을 때 한 번쯤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인생이란 언제든 원치 않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에, 지금 도전할 수 있다면, 지금 하는게 맞다. 내년에, 내후년에 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