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교단

그런 날

by 커피홀릭

며칠 전 우리 반 학생이 아주 크게 다쳤다.
피를 흘리며 아프다고 울부짖는 아이. 산산 조각난 유리와 피가 가득한 교실에서 말 그대로 패닉이 된 아이들.


자기보다 덩치가 작은 나를, 그래도 선생이라고 바들바들 떨며 다가오는 아이를 보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 아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절대로 피를 흘리면 안 되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엄청나게 피를 흘리게 되었고 그 자리는 피바다가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미친 사람처럼 뛰었다. 눈물이 너무 나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심장이 너무나 빨리 뛰었다.
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사색이 된 채 아이와 응급실에 갔다.
지방으로 출장을 갔던 아이의 부모도 울면서 급 상경을 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에 가서도 진정하지 못하는 아이를 껴안아주며 달래주려 했으나, 사실은 나도 진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라도 침착하게 대응해야지. 놀라지 않은 척해야지.’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눈물이 계속 하염없이 흘렀다.
보건 선생님께서 응급처치해 주신 상처를 확인하는 의사 옆에서 놀라지 않으려 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심각한 상처에 적지 않게 놀라고 또 겁이 났다.
지혈이 되지 않는 아이기에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처치를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의 교복에 묻어있는 핏자국들을 보니 괜스레 서럽고 또 눈물이 났다.
그리고 정말 솔직히 이 순간 아이의 보호자가 나란 사실이, 그 책임감이 무섭기도 했다. 수술하는 순간까지 ‘선생님 무서워요’라고 말하는 아이 옆에서 피범벅이 된 두 손을 맞잡고 ‘괜찮아 다 잘 될 거야’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아이의 수술이 끝나고, 아이를 보호자에게 맡기고 학교로 돌아왔다. 어느덧 종례시간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잔뜩 부은 눈을 애써 숨기며 교실을 향해 걸어가는데, 이미 전교에 소문이 다 나서 날 보는 학생, 교사 모두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우리 반 교실.
아이들이 핏자국을 닦느라 정말 오랜만에 우리 반 앞 복도가 깨끗했다.
전교에서 활발하기로는 1등인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쥐 죽은 듯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서 그냥,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담임이라는 책임감도 다 내려놓고, 사실 나도 너희만큼 너무 놀라고 힘들었다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만약 생긴다면 함께 같이 헤쳐나가자고....
아이들과 함께 울다가, 울어서 못난이가 된 내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시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따뜻한 종례로 아이들을 하교시켰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너무 힘들었고,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날.
하지만 따뜻하게 마무리되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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