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자라는 진짜 이야기
커피 농장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낯설었다.
초록 잎 사이에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치 체리처럼. 커피가 저기서 나온다고? 손에 들고 있는 아메리카노와 저 빨간 열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거리가 곧 커피의 이야기 전부였다.
커피나무는 2~3m쯤 자란다. 생각보다 작다. 눈처럼 하얀 꽃이 피고 강한 향을 뿜는다. 꽃이 지면 작고 푸른 열매가 맺히고, 그게 시간을 버티며 붉거나 노란빛으로 익어간다. 꽃이 지고 완전히 익은 체리가 될 때까지 약 6~9개월이 걸린다.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맛이 쌓인다.
수확은 생각보다 섬세한 일이다. 방식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기계 수확은 빠르지만 익지 않은 열매도 함께 딸려온다. 스트리핑은 줄기를 쓸어 한 번에 따는 방식으로 역시 덜 익은 체리가 섞일 수 있다. 핸드피킹은 익은 체리만 하나씩 손으로 고른다. 시간이 걸리고 숙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품질은 가장 좋다. 스페셜티 커피 농장 대부분이 핸드피킹을 택하는 이유다.
체리 안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 겉의 붉은 외피 아래 달콤한 과육인 펄프가 있고, 그 안쪽에 점액질 뮤실리지가 감싸고 있다. 다시 얇은 껍질 파치먼트와 실버스킨이 차례로 싸고 있다. 그 가장 안쪽에 있는 씨앗이 바로 우리가 아는 생두다.
보통 하나의 체리에는 두 개의 생두가 마주 보며 들어 있다. 그런데 가끔, 하나만 자라는 경우가 있다. 이걸 피베리(Peaberry)라고 한다. 납작하지 않고 둥글게 자란 피베리는 밀도가 높고 향미 특성도 일반 생두와 다르다. 커피 세계에서 희귀하고 독특한 존재다.
체리의 구조를 알면 뒤에 나오는 가공 방식이 왜 맛을 바꾸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과육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점액질을 씻어내느냐 남겨두느냐에 따라 커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한 알의 씨앗이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손에 의해 골라지고, 깎이고, 씻기고, 말려진다. 그 모든 과정이 쌓여 결국 우리 손에 들어온다. 커피 한 잔은 정말로 긴 시간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