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좋아하는 친구가 말했다.
"갓 볶은 게 제일 맛있잖아. 로스팅 직후가 신선하니까."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신선한 게 맛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런데 막상 로스팅 직후 커피를 마셔보면 뭔가 어색하다. 향은 강한데 정리가 안 된 느낌. 뭔가 거칠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디게싱
로스팅을 마친 직후 커피 안에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다. 이 상태에서 바로 추출하면 물과 가스가 충돌한다. 균일한 추출이 어려워지고, 향미가 왜곡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디게싱(Degassing)이다. 커피 속 가스를 자연스럽게 방출시키는 과정이다.
갓 볶은 커피 이미지처럼 신선함이 곧 맛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커피는 짧은 휴지와 안정화의 시간을 거쳐야 제 맛을 낸다. 일반적으로 라이트 로스트는 7~10일, 다크 로스트는 3~5일 정도의 숙성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식혀야 한다 — 냉각의 이유
로스팅 직후 원두는 높은 온도에 있다. 식지 않으면 내부 반응이 계속된다. 설계된 로스팅 포인트를 넘어서버릴 수 있다.
그래서 로스터는 가능한 한 빠르게 냉각을 진행한다. 향미를 지키는 마지막 수비수 같은 과정이다. 열이 남아 있는 동안 커피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향미를 유지하는 보관법
숙성 이후에도 커피는 계속 변한다. 산소, 습도, 온도, 빛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 냉장 및 냉동 보관은 결로 현상과 향미 변화 위험으로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자주 하는 보관 오해
로스팅이 끝난 후에도 로스터의 고민은 계속된다. 제대로 식었는가, 디게싱은 충분한가, 향미는 안정되고 있는가. 이후 며칠간의 커핑이 그 해답을 찾는 탐색이다.
좋은 커피는 불을 넘어서야 완성된다. 그 끝은 불 앞이 아니라 기다림의 끝에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