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맛에 딱 맞는 원두 고르기

by 커피해커 LOE

스페셜티 커피숍에서 원두를 사려다 그냥 나온 적이 있다. 진열된 봉지마다 이름이 달랐고, 포장지엔 "블루베리, 재스민, 다크초콜릿"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커피인데 왜 과일 이야기를 하는 건지, 무얼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 건지 몰랐다.


그날 이후 조금씩 공부했다. 원두를 고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 가지만 알면 된다.


첫째, 산지다.


재배된 땅이 다르면 커피의 성격이 달라진다.

에티오피아는 꽃향기와 밝은 산미가 특징이다.

브라질은 견과류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강조된다.

케냐는 짙은 산미에 묵직한 질감을 가진다.

콜롬비아는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입문자에게 친절한 편이다.


둘째, 가공 방식이다.


커피 열매를 수확한 후 씨앗(생두)을 빼내는 방법이 맛을 크게 바꾼다.

워시드(수세식): 과육을 물로 씻어 제거한다.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난다.

내추럴(건식): 열매째 햇볕에 말린다. 과일향이 진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다.

허니 프로세스: 두 방식의 중간쯤이다. 단맛이 살아 있으면서 어느 정도 깔끔하다.


셋째, 로스팅 정도다.


생두를 얼마나 볶느냐에 따라 향미의 방향이 달라진다.

라이트 로스트: 산미가 살아 있고 복합적인 향이 풍부하다.

미디엄 로스트: 단맛과 바디감이 균형 있게 표현된다.

다크 로스트: 강한 쓴맛과 무거운 질감이 두드러진다.


원두를 살 때는 포장지에서 이것만 확인해도 충분하다. 생산지, 가공방식, 로스팅 포인트, 로스팅 일자, 그리고 향미 노트. 특히 로스팅 일자는 중요하다. 가능하면 2~3주 이내 볶은 원두가 신선하다.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아래 표를 참고해보자.


image.png


처음에는 한 가지 기준으로 시작해도 좋다. 나는 산뜻한 게 좋은가, 진한 게 좋은가. 그것만 정해도 선택의 폭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원두를 고르면 추출 방식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산미가 선명한 라이트 로스트는 핸드드립이나 사이폰과 잘 어울린다. 묵직한 바디감을 원하는 미디엄~다크 로스트는 프렌치프레스나 에스프레소 머신과 맞는다.


결국 좋은 커피는 좋은 원두 선택에서 시작된다. 추출 기술을 아무리 갈고닦아도 원두가 맞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다음에 카페에서 원두를 고를 때, 산지-가공-로스팅, 이 세 단어만 떠올려보자. 포장지가 이전과 다르게 읽힐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어떤 추출이 나와 잘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