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마시다, 취향을 알다

by 커피해커 LOE

처음 스페셜티 카페에서 커피를 받았을 때, 바리스타가 말했다. "한 번 향 먼저 맡아보세요." 잔을 코 가까이 가져갔는데, 뭔가 달콤한 게 났다. 하지만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커피 냄새요?" 그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향을 읽는 것도 연습이라는 걸.


커피의 첫 인상은 향이다. 입에 닿기 전, 향이 먼저 커피의 성격을 알려준다.


커피 향은 세 단계로 나뉜다.

프래그런스(Fragrance): 원두를 갈았을 때 나는 향. 아직 물이 닿기 전이다.

아로마(Aroma):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퍼지는 향. 향미의 핵심이 여기서 드러난다.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마신 후 입 안과 코에 남는 복합적인 인상. 맛과 향이 함께 남는다.


이 세 단계를 의식하며 커피를 대하면 같은 잔이 다르게 느껴진다.


커핑(Cupping)은 이 향과 맛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집에서도 해볼 수 있다.


순서는 이렇다.

커피를 중간 굵기로 분쇄한다.

분쇄 직후 향(프래그런스)을 맡는다.

뜨거운 물을 붓고 4분 정도 기다린다.

표면에 생긴 크러스트(찌꺼기층)를 깨면서 올라오는 향(아로마)을 맡는다.

크러스트를 걷어낸 후 커피를 떠서 맛본다.


커핑에서는 산미, 바디, 단맛, 쓴맛, 후미를 함께 살핀다. 처음에는 그냥 전체 인상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향은 맛의 예고편이다.

과일향이 강하면 → 밝고 가벼운 산미를 기대할 수 있다.

견과류나 초콜릿 향이 나면 →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따라온다.

스모키하거나 로스티한 향이 강하면 → 묵직하고 쓴맛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향과 맛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향을 읽으면 마시기 전에 이미 커피를 절반쯤 이해하게 된다.


향을 표현하는 능력도 훈련된다. 처음에는 뭉뚱그려지던 게 시간이 지나면 나뉘기 시작한다.

방법은 단순하다.

서로 다른 커피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본다.

맡은 향을 짧게 메모한다. "베리향", "꽃향기", "초콜릿향"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에 같은 원두를 다시 맡으며 처음 기록과 비교한다.


반복하다 보면 "나는 과일향이 나는 커피가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다.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관찰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오늘 마실 커피 한 잔, 마시기 전에 먼저 향을 한 번 맡아보자. 그 작은 습관이 취향을 찾는 첫걸음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내 입맛에 딱 맞는 원두 고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