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커피의 비율, 황금 공식

by 커피해커 LOE

처음 핸드드립 레시피를 따라 했을 때였다. "커피 15g, 물 240ml." 정확히 맞춰서 내렸다. 그런데 맛이 예상과 달랐다. 너무 묵직했다. 비율이 잘못된 건지, 다른 무언가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물을 조금 더 부어봤다. 갑자기 산뜻해졌다. 같은 원두인데 완전히 다른 커피였다.


비율은 커피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같은 원두, 같은 분쇄도, 같은 온도라도 비율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맛이 나온다.


커피 양에 비해 물이 적으면 → 진하고 묵직해진다.
물의 양이 많으면 →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강해진다.


농도만 바뀌는 게 아니다. 바디감, 향미의 표현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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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에서는 보통 커피 1g당 물 15~20g을 기준으로 한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1g당 추출된 커피 2~3g이다.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는 93℃ 기준으로 물 1리터당 분쇄 커피 55g을 권장한다. 계산하면 대략 1:18 비율이다. 이 기준에서 균형 잡힌 추출의 목표값은 다음과 같다.

수율(Extraction Yield): 18%~22%

브루잉 커피 농도(TDS): 1.15%~1.45%

에스프레소 농도(TDS): 8%~12%


하지만 이건 가이드라인이다. 정답이 아니다.


비율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두 개념이 있다.


TDS(Total Dissolved Solids)는 커피 속에 녹아든 고형물의 농도다. 쉽게 말해 커피의 '진하기'를 나타낸다.


수율(Extraction Yield)은 원두 속 성분 중 실제로 추출된 비율이다. 수율이 높으면 더 많은 성분이 빠져나온 것이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농도와 향미가 입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지다. 숫자는 참고일 뿐, 최종 결정은 혀 위에서 내려야 한다.


바디(Body)는 커피를 마실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다.

비율이 낮아 농도가 진하면 → 바디가 묵직해진다.
비율이 높아 농도가 연하면 → 바디가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디감은 농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혀에 닿는 질감, 입천장을 채우는 밀도감은 추출 조건과 원두의 복합적인 결과다. 비율은 이 전체 인상을 조율하는 키다.


나만의 황금 비율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표준 비율(1:15~1:18)로 먼저 내려본다.

맛보면서 농도, 단맛, 산미, 쓴맛의 균형을 살핀다.

더 묵직했으면 물을 줄여본다. 더 산뜻했으면 물을 늘려본다.

조정 결과를 기록하고 비교한다.


반복하다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 생긴다.


책에 나오는 숫자가 정답은 아니다. 내 입맛에 맞는 비율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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