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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Dec 10. 2020

나를 향한 백문 백답

당신이 꿈꾸는 노후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에서 2년이 되어갈 때쯤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지쳐가기 시작했고, 그때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황금 같은 주말과,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나의 월급이었다.


매일 쳇바퀴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던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어릴 적엔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던 내가 어느 순간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돈을 벌고 있는 건지에 대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길을 잃은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 표지판도, 아무 사람도 없는 인적 드문 곳에 홀로 남겨져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울고 있는 아이 같았다. 그때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고, 외롭고 우울했으며, 자존감 역시 바닥을 치고 있었다.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처음 느껴보는 우울한 감정을 다루는 것이 서툴렀다. 그때 내가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다음날 술기운으로 일을 하거나, 주말엔 친구들을 만나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놀고 오는 것 밖에 없었다. 나는 서투르고 어리석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더 망가트리고 있었다.


나를 되돌아보고, 돌보기 시작한 건 퇴사를 하고 난 뒤였다.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났고,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제일 행복하고, 좋아하는지 차근차근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중에 도움을 주었던 하나는 ‘자기 문답 백문 백답’이라는 책이었다. 인터넷에 우연히 눈에 띄어 구매를 했는데 과거, 현재, 미래에 나누어 나를 향한 100가지의 질문에 답을 하는 문답 책이었다.

여기에는 이런 질문들이 들어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 이 필요하다.’ 성인이 되고부터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들어 본 이후로 시간을 내면서까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진 않았었다.


한 질문 한 질문에 고민하며 답을 써 내려가면서 선뜻 써 내려간 답보다 멈칫하며 오랫동안 답이 떠오르지 않은 질문들이 더 많았다. 어쩌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 우울해했던 그때, 나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게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는 것'이라고 배웠던 나는 가끔씩 멈춰 서서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깨달았다. 어쩌면 이 100가지의 문답 책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것보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일 수도 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면 잠깐 멈춰보자. 멈춰 서서 이 백문 백답처럼 타인이 아닌 나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며 조금이라도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보자.

문답 책의 마지막 질문엔 ‘내가 꿈꾸는 나의 노후의 모습은?’이라는 질문이 나온다.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꿈꾸는 노후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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