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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Dec 13. 2020

진짜 내 사람 구별법

얕은 만남이 판치는 시대에서 '내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

우리 아빠에겐 친구가 몇 명 없다. 나는 아빠의 친구분들과는 별로 안면이 없지만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딱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을 처음 본 건 친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서울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먼 장례식장에도 제일 먼저 달려와 준 그 사람. 장례식장에서 계속 울고불고 하던 아빠를 잠깐이라도 웃음 짓게 만들어준 그 사람을 보며 ‘진짜 내 사람’의 정석을 배웠다.


‘진짜 내 사람’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마음을 읽는다. 장례식장에서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헛소리를 하는 아빠를 보며 우리 가족들은 “너무 취했다."라고 말했지만 유일하게 그분은 “지금은 진짜 취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아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분은 아빠의 행동과 표정 만으로 마음을 읽고 있었다.


‘진짜 내 사람’은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칭찬을 하고 걱정을 해준다. 그는 아빠와 다 같이 함께 있을 땐 장난기 있는 수다를 떨다가도 아빠가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 가족들에게 “아빠가 요즘 많이 힘들어하니까 잘 좀 챙겨주세요."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었다.


‘진짜 내 사람’은 ‘그’의 주변 사람들까지 챙긴다. 장례를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밖에서 커피를 한가득 사와 건네주며 초면인 주변 사람들까지 챙기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보고 ‘진짜 내 사람’, ‘진정한 친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아빠의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내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상대방에게 ‘질투를 느끼는가’, ‘질투를 느끼지 않는가’의 차이인데, 나는 상대방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조금이라도 시샘을 하거나 질투를 느낀다면 ‘내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덜 친하거나 사이가 애매한 사이의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랄 때 나는 ‘진짜 내 사람’이라고 느낀다.


엘버트 허버드의 “설명하지 마라. 친구라면 설명할 필요가 없고, 적이라면 어차피 당신을 믿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의 말처럼 ‘진짜 내 사람’은 사실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진정으로 나를 믿어주고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얕고 가벼운 만남이 판치는 현시대에서도 내가 기쁠 땐 자기 일처럼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플 땐 누구보다 같이 슬퍼해주는 ‘진짜 내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


오늘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사랑한다."라고 문자 한 통 보내보면 어떨까. 답장으로 욕이 날라온다면 그 사람은 ‘진짜 내 사람’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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