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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Nov 20. 2020

혼술의 힘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여유로운 '한 잔의 술'


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줄여서 흔히 ‘혼술’이라고 말한다. 혼술을 검색하면 일과 집을 반복하는 패턴의 생활이 가져온 신문화로 집 또는 외부에서 혼자 마시는 술을 이야기한다. 혼술에 빠지게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였다. 바쁜 하루에 지쳐 입을 여는 것조차 귀찮아서 혼자 마시고 싶을 때, 좋은 일이 생겨서 혼자만 조용히 자축하고 싶을 때 집에서 혼술을 한다.


술의 종류는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분이 좋거나 가볍게 마시고 싶을 때면 맥주를, 속상하고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면 소주를, 분위기를 잡고 싶은 날에는 와인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막걸리를 골라 마신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그날 안주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편의점에 들러서 술을 고르는 시간이 제일 기분이 좋다.


혼술의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따로 외출 준비를 하거나 장소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된다. 또한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금전적인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상대방과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가려 할 필요도 없고, 제일 편한 차림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넷플릭스나 예능을 보며 멍 때리며 먹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혼술 하는 이유를 ‘내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내 아픔을 나누는 것보다 혼자 삭히는 것이, 혼자 마시는 한 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라고 표현했다. 혼술을 할 때면 ‘내’가 ‘나 자신’과 마주하며 술을 마시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안 좋은 날에 술을 마시게 되면 친구들과 술 마시며 위로를 받는 것보다, 혼술 할 때는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느끼기 때문에 잔잔한 위로가 되고, 술을 더 음미하면서 마시기 때문에 훨씬 더 맛있다. 퇴근 후 한 잔의 술은 마법처럼 긴장감과 피로감을 풀어주어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혼술은 옛날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옛날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아버지 또래의 분들이 홀로 포장마차에서 혼술을 하시는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있다. 어린 시선으로 보았을 땐 ‘술을 많이 좋아해서 마시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성인이 되고 난 지금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도 역시 치열하고 힘겨웠던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들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이 아닌 자신만의 공간에서 쉬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발걸음을 포장마차로 옮겼을 것이다. 낡은 플라스틱 빨간 의자에 앉아 뜨끈한 우동 국물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켜며 스스로를 위로했을 것이다. 그런 짧고도 소소한 시간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버틸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혼술은 자칫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 술을 자제시킬 상대가 없어 과음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인과 술을 마시는 것보다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습관처럼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게 되어 알코올 중독으로 빠질 가능성이 9배 정도 더 높다고 한다. 건강하게 혼술을 하는 방법은 마실 만큼의 양과 횟수를 정해놓고 마시는 것이다. 횟수는 1주일에 두 번 이내로 남자는 하루 평균 3잔, 여자는 2잔 이내로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혼자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쓸쓸하고 외롭게 바라보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확실하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하는 술자리도 물론 좋다. 하지만 시끌벅적했던 술자리가 끝나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를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혼술의 첫 시작은 간소하게 시작되지만, 끝은 약간의 숙취가 더해져 오늘 하루를 좀 더 달콤하게 바꿔준다. 퇴근 후 맛있는 안주에 맥주 한 캔의 혼술 어떤가? 건강하게 혼술을 하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여유로운 한 잔의 술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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