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을'인 나와 ‘진짜 나’를 혼동하지 말기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누구나 신입 단계를 거친다. 나 역시도 회사에서 신입일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신입의 위치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렵다. 내 위에 있는 선임부터 대리, 부장, 사장까지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신입사원들은 아직 익숙지 않은 회사 일을 하는 동시에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고, 서류 준비 같은 잔 업무들을 떠맡는다.
또한 신입 때는 질문에 'YES’밖에 못하는 YES 걸이 되곤 한다. 퇴근 준비를 할 때쯤 상사에게서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머리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네~”라고 대답한 후 야근을 하곤 한다. 갑자기 회식이 잡힐 때, 내 업무가 아닌 일을 부탁받았을 때 등등 마치 NO라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인 것처럼 YES 걸은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예의가 없어 보일까 봐, 열정이 있어 보여야 할까 봐, 상대방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하기 싫어서 등등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 부여를 하게 되고, 심지어 메신저 이모티콘까지 신경을 쓰며 말 끝에 물결을 붙일지 말지까지 고민한다.
'YES'만큼 자주 하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이다. 작은 실수부터 큰 실수들까지 ‘죄송합니다.’를 자주 말하다 보니 입버릇처럼 말하게 된다. 익숙지 않은 업무에 실수를 할 때면 모든 실수가 내 탓같이 느껴져 죄책감이 자주 들고, 기본적인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져 자책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런 을의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나의 진짜 성격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밝고 활발했던 학창 시절 때와 달리 자기주장 못하고, 자신감 없고, 가식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실망하게 되고, 구겨진 종이처럼 쓸모없고 못나 보인다. 이런 요인들은 자존감으로 연결되어 결국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든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사랑받을 만한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더 집중하여 몰입도와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큰 특징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땐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잘 되진 않았지만 재미있었어. 보람 있었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우리는 자존감을 관리해야 한다. 퇴근 후에는 회사에서 희미해졌던 나를 다시 그려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가 끝나기 전, 회사에서 열심히 을로 살았던 나의 수고를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나에게 보상해 주면 된다. 이를테면 혼자 술을 마시며 친구를 위로해 주듯이 내 마음속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기분을 달래주고, 맛있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이 맛에 돈 벌지.’라고 소소한 행복감을 느껴도 좋다. 가끔씩 나에게 평소 갖고 싶었던 아이템들도 선물을 해보거나, 친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어도 좋고, 밖으로 나가 이어폰을 끼고 무작정 걸어도 좋다. 중요한 건 오로지 내 마음과 몸을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책에선 이렇게 말한다. “업무상 을로 살아가는 나와 ‘진짜 나’를 혼동하지 말 것.”
신입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고, 나의 진짜 가치를 알지도 못한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한 번에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계속 챙기지 않으면 높았던 사람들 마저도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꾸준하게 돌보며 높여 주어야 한다. 내 자존감은 내가 챙겨야 한다. 하루 중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매일 되새겨 보자. 나는 부모님의 귀한 자식이고,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했던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