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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Dec 15. 2020

유럽여행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행은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다.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것도 혼자 떠나는 장기 여행 말이다. 여행에 로망이 생겼던 계기는 SNS에 보이는 여행 후기들 때문이었다. “여행 후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나의 자아를 찾았다.”, “삶이 변했다.” 등등 이런 글들을 볼 때면 나 또한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혼자서 한 달 여간의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배우고 달라진 점은 있다. 하지만 흔한 여행 후기 글처럼 거창한 것이 아닌 조금은 솔직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인생은 정말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하는 동안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났지만, 생각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무관심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갑자기 비행기나 기차가 연착되었을 때 등등 문제가 생겨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 보다 무시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기도 했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수록 나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져갔다.


또한 당연했던 일상들이 그리워진다. 여행하면서 나는 엄마의 김치찌개가 제일 그리웠고, 내 곁에 있는 당연한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할수록 이상하게 나는 더 외로워졌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보고 느껴도 나누고 공유할 사람이 없으면 행복한 감정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혼자여서 좋았고, 혼자여서 싫었다.

또한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뉴스에서 보았던 파리의 소매치기, 테러, 마약 등 일부의 모습만 보고 나는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역시나 그 모습은 조각의 일부였고, 여느 나라처럼 평범한 모습이었다. 영화나 사진으로 보았던 화려한 건축물이나 유적지들은 알고 보니 슬픈 이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사람들이 힘들 때 왜 여행을 추천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힘듦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황홀한 대자연 앞에서, 멍하니 해가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종종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처럼 낯선 여행지에서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변한 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여행은 더 이상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


<<삶은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에서는 말한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될 뿐이다. 어쩌면 나는 이 메시지를 얻기 위해 베를린에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의 태도’였다. 나의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장기 여행을 가도, 기나긴 유학을 다녀와도 똑같이 제자리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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