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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Jan 14. 2021

새해에 쓰는 유서

"죽음을 가까이할 때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삶의 방법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Benjamin F. white-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 이유는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잘 살고 싶어서다. 주변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부터, 죽음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당장 내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죽음’을 가까이하면서부터 남은 삶을 어떻게,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죽음’은 오늘의 내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하게 하고,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게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어른의 끝맺음>이라는 책을 보았는데, 그 책의 저자는 일흔 살의 노인이었다. 그분은 매년 1월 1일이 되면 유서를 쓴다고 했다. 유서를 쓰면 ‘올 한 해도 활기차게 살 수 있겠다’는 에너지가 생긴다고 하고, 죽음을 바라보는 일은 ‘적극적으로 사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처음으로 유서를 써보았다.


유서의 첫 시작으로 ‘내 인생의 첫 기억’을 썼다. 여기서 ‘첫 기억’은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릴 적 기억이다. 끝매듭을 잘 지으려면 첫 시작이 중요하듯이, 인생에서의 첫 시작을 떠올려보았다. 나의 ‘첫 기억’은 내가 바퀴 달린 이동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그때 멀리서 혼자 의자에 앉아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첫 기억은 잠시 동안 시간을 되돌리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고, 무탈히 성장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만들었다.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 되려면 가장 감사하는 사람이 되라.” - C. 쿨리지-


두 번째로 ‘내가 감사했던 사람들’에 대해 쓰려는데, 신기하게도 가까운 사람들보다 의외인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와는 대학교 친한 선후배 사이였다. 한 번은 학교에 회의감을 느껴 휴학을 신청하려는데 ‘그’는 나와 함께 졸업하고 싶다며 옆에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결국 나는 휴학을 하지 않았고, ‘그’는 정말 졸업할 때까지 나를 계속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좋은 성적으로 제때 졸업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가 나의 은인이라고 여겨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지금껏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유서는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억이란 인간의 진정한 재산이다. 기억 속에서 인간은 가장 부유하면서도 또 가장 빈곤하다.”

-알렉산더 스미스-


세 번째로는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에 대해 썼다. 어떤 날은 너무 행복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혼자 여행을 하던 때였다. 그때의 좋은 추억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고, 후회 없는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앞으로 주어진 날에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추억 하나 없이 죽는다는 것은 너무 ‘슬프고도 비참한 일’ 일 것이다.


"죽음을 가까이할 때 역설적으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심리부검 中>>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적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보았는데 사람들이 죽기 전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은 ‘후회’라고 한다. ‘도전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엔 조금 더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가능한 더 많이 만들며 살아가보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하는 동안 공포, 슬픔, 불안감, 두려움, 공허함이 모두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오늘의 하루가 좀 더 특별해질 수 있다. 

평범했던 하루였다면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낸 오늘에 대한 감사를, 속상하고 우울했던 날이라면 소중한 내일은 좀 더 행복하게 지내겠다는 마음을, 도전하고 싶은 것에 동기부여를, 망설이고 있는 마음에 확신을 줄 것이다. 

죽음을 가까이하는 태도는 우리를 행복한 삶에 좀 더 가까이, 좀 더 빨리 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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