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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Jan 08. 2021

매일이 생일 같았으면

생일은 '내가 잘 살았는지 확인받는 날'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살다가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생일을 ‘내가 잘 살았는지 확인을 받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생일이란 나에겐 1년 중 가장 의미 있는 날이지만,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그런 날 나의 생일을 같이 축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잘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밤 12시, 자정이 되면 그때부터 생일이 시작된다. 나는 매년 생일날, 자정이 되었을 때 ‘나 이번에 축하 메시지 하나도 못 받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새벽부터 하나둘씩 카톡이 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생일을 축하해 줄 것이라고 내가 예상하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나와 정말 친한 사람들과, 내가 매년 챙겨줬었던 친구들이 속한다. 한마디로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다. 솔직히 살짝 예상을 한 상태라서 오히려 메시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받는 축하는 내가 그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한 번 더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두 번째는 ‘뜬금없이 연락이 와서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나와의 만남이 드물고 가끔씩만 연락을 했던 사람들이기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오면 당황하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이 사람들은 “생일 축하해. 잘 지내고 있지?”라는 말을 하며 축하와 안부를 동시에 묻는다. 이 사람들의 메시지가 더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잊지 않고 나를 찾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동안 연락이 없고, 만나지 않았던 나에게 굳이 축하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조금이나마 내 안부를 궁금해하고, 나와의 인연을 끊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더욱 고마워진다.

생일은 누구와 시간을 보내도 행복하다. 친구들과 생일을 함께 보낼 때면 그들에게 받은 선물들, 함께 먹는 음식들, 같이 웃고 떠들며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나를 위해 그들의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나는 그들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실감한다.


가족들과 생일을 보낼 때면 한 피가 섞인 탓인지 내 생일을 마치 자신의 생일인 것처럼 기뻐해 주고 축복해 주는 그 진심 어린 눈빛이 좋다. 이들과는 비싼 음식이나 특별한 장소 없이 간소한 피자 한판이나 케이크 하나만 있어도 고급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마음이 더 풍성하고 따뜻해진다.


연인과 생일을 보낼 때면 내 생일인 이 하루를 위해  서 며칠 동안 고민하고 값진 하루로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흔적들이 보여 상대방이 더욱 기특하고 감사해진다.

생일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건 하루 동안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처럼 공주 대접을 받아서 더 특별하고 행복한 하루가 아닐까. 다음날 마법에 풀린 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일 년 중에 제일 소중한 하루다.


마침 이 글은 내 생일날 쓴 것이다. 아, 이제 다음날 자정이 되기 7분 전이다. ‘이번 일 년도 잘 살았구나.’라고 느끼는 밤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내년 생일에도 여러 사람에게 축하받을 수 있도록 일 년 동안 잘 살아봐야겠다. 정말 매일이 생일 같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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