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들여다 보는 법
두 달 전, 나는 요가를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는 인도 전통 요가를 수십 년 동안 수련해 오신 원장님이 계신다.
그때까지 나는 요가를 해본 적이 없었고,
무엇보다 ‘요가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인도에서 유래한
5,000년 이상의 깊이를 지닌 요가를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설렜다.
요가는 매일, 주 5일 동안 수업이 진행된다.
요가를 시작한 초반부터 원장님은 수업 중 "눈을 감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러나 나는 몰래 눈을 뜨곤 했다.
주로 눈을 뜨게 되는 순간은
‘수업이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를 볼 때’,
‘동작을 버티는 것이 힘들 때’,
그리고 ‘물구나무 서기처럼 다리를 높이 올리는 어려운 동작을 할 때’였다.
눈을 감는 것이 불편하고, 때로는 불안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원장님은 나를 향해 말씀하셨다. “세은 선생님, 눈을 감아보세요.”
처음에는 눈을 감는 것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이 단순히 말이 아니라,
내면을 돌아보는 하나의 방법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순간, 나는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내 몸의 깊은 곳까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숨소리가 고요해지고,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현재를 오롯이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로 흐르는지 바라보세요."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고 나서야 비로소 몸의 시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지금 어느 부위에서 고통을 느끼고,
어느 부위에서 편안함과 시원함을 느끼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그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오롯이 즐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명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명상은 우리가 외부의 자극과 생각에서 벗어나,
고요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호흡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다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나 몸의 신호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몸의 상태를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그동안 몰랐던 여러가지 감각들이 드러나게 된다.
하루 중 잠시 눈을 감고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하고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몸의 시선을 바라보는 일은,
내가 오늘 놓쳤던 것들을 깨닫게 만든다.
그것은 단지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만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일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