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by 이강

찬바람에 귀때기가 아리다.

시장통 사이를 뚫고 달린다.

코끝으로 볼로 파고드는 유리조각 바람


획획지나가는 생선 좌판

냄비와 내복, 털신과 버선

배추와 대파...

그 속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흑장미 빛 사과

사과를 손에 쥐고 달린다.


먹기도 아까운 사과는 독을 품은 것일까?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그 사과가 앞으로 10년간

내 삶을 쑤셔놓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낚아채

사과를 깨물어 처먹는 무례하고 못생긴

그 넘이 그 넘이 될 줄은

두 번 다시 보기 싫던 무식하고 거침없는 그 넘의 눈빛


몸은 거미 같고

눈은 독사 같고

목소리는 풀피리 같고

미소만 어린애 같아서

단지 미소 때문에


사납고 거친 행동에 움찔움찔했어도

더럽게 어린애 같은 미소 때문에


못돼 먹은 사람만 만나고

말투도 걸음걸이도 건들건들

약속은 지킨 적이 없는 제멋대로

진실은 개나 줘버린 비열한 변명


알면서도

알면서도

어린애 같은 미소 때문에

10년간

영혼을 팔아먹었다.


사랑

사랑이다.




#이강 #이강작가 #시 #감성에세이

사진출처:인스타그램now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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