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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 Apr 22. 2022

마당

앵두나무

1. 앵두나무     

 향나무 뒤에  새로 구해온 앵두나무를 심었다. 원래는 이사 올 때부터 마당 오른쪽 그늘진 부분에  나무뿌리를 뒤집어 놓은 듯 유난히 가지가 촘촘한 앵두나무가 있었다. 제법 컷 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해부터 인가  참깨 모양의 연두색 작은 벌레가 여기저기 몰려다니더니 표시 안 나게 앵두 잎은 쪼그라들고  앵두는 익기도 전에 떨어지고 먹을 만한 앵두조차 모양이 일그러져 갔다. 해마다 아빠가  크고 높은 빨간다라에 우윳빛 농약을  만들어  뿌려대며 나무 관리를 철저하게 해도 앵두나무는 몇 년 동안 비실비실 하더니 삼분의 일 정도로 작아져 버렸다. 
 그 후로 새로 사다 심은 앵두나무에서 초여름이 되면 예전 나무보다 새 배 정도는 큰 앵두가 열렸다. 탱탱하고 빨간 앵두는 끝이 뾰족하며 아랫부분은 갓난아이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작은 앵두에서는 보지 못하던 진짜 앵두 모양이다. 너무 말랑거리면 시들한 단맛이 나고 탱탱하게 말랑거려야 진한 단맛이 도는 앵두는 맛도 몇 배로 좋다. 엄마는  한철 가족의 빛나는 간식이던 새로 심은 앵두나무를 ‘양앵두’라고 부른다. 

초여름이면 엄마와 동생들이   뜰에 앉아 앵두를 한주먹씩 입에 넣어 ‘툇툇툇’ 씨 뱉는 소리를 내며 먹는 날에도 두세 개만 맛 볼뿐  보기만 한다. 앵두 욕심에 물기 촉촉한 빨간 앵두를 밥공기에 가득 따서 요리보고 저리 보며 반나절은  쥐고만 다닐 뿐 예뻐서 먹을 수가 없었다. 동생들은 앵두가 열리기 시작하면 익지도 않은 딱딱한 하얀 앵두까지 먹고 앵두가 빨개지면 앵두나무에 몸을 반쯤 쳐 박고 앵두를 따려고 발버둥을 치며 싸우기까지 한다.



#이강작가 #이강 #앵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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