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 Apr 23. 2022

이 집은 개가 안되는집이라고 한다. 많은 개를 키워봤지만 오래오래 제명대로 살았던 개는 없고 강아지를 낳아서 올망졸망 놀아본 적이 한번있을까말까하다.개가 없어지면 찾을 생각도 안하고 몇일 안되서 아빠가 강아지를 얻어오거나 외할머니가 외갓집 동네에서 가져오거나 했다. 뽀삐,해피,흰둥이,누렁이,검둥이,달타냥,바둑이,발발이 이름도 종류도 다양했고 많기도 했다.

개를 특별히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좀 도둑이 들끌던 때라서 밤에 담넘어 오는 도둑을 지키라고 마당에 개 목사리 없이 풀어 놓고 키웠다. 깔끔한 엄마는 개똥 하나 안보이게 땅에 묻고 아빠는 개밥이며 개집이며 살뜰하게 챙겼지만 풀어 놓고 키워서인지 오래오래 살지 못하고 없어진다. 정이 들만하면 안보이는 개가 서운했고 곧바로 데려오는 강아지를 안고 마음을 달래곤했다. 한번은 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들었고, 쥐약을 먹었다는 말과 개장사가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는 말도 사연도 많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개는 ‘달타냥

 세퍼트 종이라 주둥이가 길고 쫑긋  귀가 맹견처럼 인상이 남달랐다. 그동안 키운 개들에게서 느꼈던 귀여운 이미지와는 달라 유난히 관심을 받고 자란 달타냥은 커가면서 이상하게 변했다. 티비에서보는 세퍼트와는 달리 다리는 짧고 털은 길고 세퍼드에서 풍기는 길고 잘빠진 다리와 근육질의 크고 탄탄한 몸이 아니라 발발이 처럼 짧은 다리에 대가리만 컸다. 차라리 얼굴이 평범하면 괜찮을 텐데 얼굴만 고급이라서 앉아 있을  그럭저럭  줄만한데 일어나기라도 하면 괜히 민망해진다.  가관인 것은 날카로운 얼굴과는  어울리게 천둥소리이나 헬리곱터 소리가 나면 언제 들어 왔는지 피아노 의자 밑이나 거실쇼파,탁자 사이에 끼어 바들바들떨고 있는 것이다.  털은 의자 사이 여기저기 덩어리씩 뽑혀 있고 침을 질질 흘려가며  먹은 눈으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기기도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강아지 때는 몰랐는데 성견이 되고 부터겁이 많아져  소리만 나면 귀신처럼 방에 먼저 들어와 숨어있다. 개코 엄마는 어디서 이렇게  냄새가 나냐며 피아노 의자 밑에 숨어 있는 달타냥을 보고 기절초풍을 했다. 유난히 헬리콥터가 자주 날던 그때 하필이면 달타냥이 우리집에 들어와 마음 고생을 많이도 했다. 방으로 들어 오지 못하는 날에는 샛방 부엌 창고에 쌓아 놓은 비닐하우스 묶음이나 정부미 자루묶음 속으로 대가리만 쳐박고 숨어 있다가 잠이 들어 버리기도 하는데 하는 짓이 귀여워서 많이도 예뻐했다.


두 번째로 기억나는 개는 외갓집 농장에서 얻어온 진돗개와 풍산개 사이에서 태어난 총명한 강아지 흰둥이다. 어찌나 영리한지 똥은 반드시 나가서 넣고 대문이 잠겨 있으면 앞다리로 번쩍번쩍 눌러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자주오는 사람이나 가족과 웃으면서 대화하는 사람에게는 짖는 법이 없으나 옷차림이 이상한 남자에게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데 흰둥이의 평소 모습이 아니다.

어느날 마실 온 아줌마들이 큰일났다며 아랫집 백교장님 댁과 보건소장님댁에 도둑이 들어서 장롱속이며 집안 구석구석을  온통 뒤집어 놓고, 지언이네는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거실까지 들어왔다가 주방에 아줌마를 보더니 도망갔다고 한다. 도둑이 한번 들면 동네를 몇 번와서 살피는 것이며 도둑을 안 맞은 집은 다시 찾아 들어 간다고 한다. 대낮에도 낯선 사람이 돌아다니면 살피고 문단속 잘하라고 수군수군 말만 들어도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엄마는 잘 다니던 마실도 자제하고 대문 좀 닫고 다니라고 신신당부 한다.

몇 일이 지나 다들 자는 밤에 늦게까지 버티다가 막 자려고 불을 껐는데 ‘쿵’하고 땅에 둔탁한 무게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분명 오빠가 담을 넘을 때 냈던 바닥이 울리는 소리다. 멀쩡한 대문 두고 괜히 담을 넘어다니는 오빠 때문에 자주 듣던 낮 익은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다. 분명 정확하게 들었다.쿵 소리가 나자마자 흰둥이가 찢어지는 소리로 짖기 시작하고 이빨을 드러낼때 나는 ‘으르렁쓰쓰’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소름이 돋는다. 누워서 개  짖는 방향으로 소리만 듣자니 답답해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수영을 하 듯 바닥을 기어서 거실로 향했다. 쇼파 사이로 기어 들어가 거실 창문을 한 뼘 정도 소리 안나게 떨리는 손으로 조심조심 열고 평소에 오빠가 자주 넘던 쪽을 뚫어져라 봤다. 무섭고 두렵지만 일단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안 보일봐애야 도둑이라도 있으면 놀래킬 생각에 현관,마당,거실 불을 동시에 켰다.껏다.켰다. 껏다.를 반복하며 알고 있다는 표시를 주었다. 흰둥이도 조용하다. 거실 창문을 열고 왔다갔다하니 흰둥이가 거실쪽으로 와서 창살 사이로 주둥이를 내민다. 흰둥이가 무서워서 도망갔나보다. 흰둥이가  있으면 낮이나 밤이나 무서울 것이 없다.    



#이강 #이강작가 #개 #감성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마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