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3

by 이강

두 번째 날

다음 날 아침 비몽사몽

바다인지 집인지 좁은 텐트 안에서 온 가족이 가로 세로로 끼워 맞추듯 자는 모습을 보니 실감 났다. 어제는 정신없이 도착해 몰봤는데 코앞이 바다다. 처음 본 바다는 넘실넘실 커다란 생명체 같아 무서웠다. 바다를 보면 수업 시간에 배운 수평선을 꼭 보고 싶었다. 수평선이라는 단어가 책에서 얼마나 낭만적으로 들렸는지 막연한 동경에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지만 그냥 하늘과 바다일 뿐 감흥도 없고 낭만도 모르겠다.
엄마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더 자 들어와 더 자”
하며 누구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텐트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는 그렇고 일어난 김에 텐트 주변을 살피며 공포의 텐트촌을 돌았다. 파란 텐트는 많았고 모양은 비슷비슷해서 낮에도 찾기 힘들 수밖에 없고 우리 텐트는 다른 집과는 달리 빨래 줄이 양쪽으로 두 줄이며 어느새 부지런한 엄마는 너줄너줄 빨래까지 빨아 널었고 텐트 앞이며 옆에 커다란 압력밥솥과 후라이팬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들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밥을 먹고 바닷가로 나간다.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쑥쑥 빠지는 깊은 모래도 신기하지만 모래 위에 앉고 누워도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것이 더 맘에 든다. 수영복까지 입었으니 바다 속에 들어가서 튜브 놀이도 해야 하는데 커다란 파도며 깊은 물은 애들은 들어갈 곳이 아니다. 축축한 모래로 모래성을 만들거나 가끔 파도가 지나간 젖은 모래를 밟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좋다.

엄마는 얼른 먹어 치워야 짐이라도 줄인다는 생각인지 다양한 간식을 만들어 바다를 종횡무진한다. 김치부침개, 비빔국수, 삶은 감자, 옥수수, 미숫가루, 라면
저녁나절 아빠가 텐트를 앞으로 이동한다고 가족들이 또 한 번 난리를 친다. 앞 텐트가 나가서 훤해 졌으니 바다가 가까이 보이는 앞으로 앞으로 옮겼다. 모래와 풀이 섞인 바닥이 아니라 온전히 하얀 모래만 있는 곳으로 텐트가 이동해 모래사장과 바다가 코앞이다.

자러 들어가기 전까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주렴’ 놀이를 하며 두꺼비집을 여러 개 만들다 잠을 자는 것은 낭만적이다. 이틀이 지나니 텐트 생활에 익숙해져 가족들이 손발이 척척 맞아 물어보고 허락받고 할 것도 없이 텐트 앞에서는 수건으로 발바닥을 탁탁 털고 들어가며 화장실은 혼자 다녀도 무섭지 않고 모래사장에서 놀다 식구들이 안 보이면 텐트 앞으로 오기만하면 가족을 잃어버릴 일 없이 편안하게 바다 생활을 즐긴다. 저쪽에서는 기타치고 노래하는 언니 오빠들의 목소리가 나고 이쪽에서는 아저씨들이 밤새 술 먹고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앞쪽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밤 스르르 잠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해수욕장2